‘트럼프 탄핵’ 현재진행형…취임사서 ‘단합’ 메시지
바이든, 2000조원대 천문학적 긴급부양안 제안
공화당 부정적…의회 통과 여부 바이든 ‘첫 시험대’
조 바이든 당선인이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46대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한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새 대통령 취임에 대한 희망보다 불안감과 공포의 그림자가 더 짙어 보인다. 소총으로 완전무장한 군인 2만5000명이 배치돼 대통령 취임식이 열릴 워싱턴을 지키면서 ‘준(準) 전시’ 상태의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미국의 현재 단면이다.
코로나19가 모든 나라들을 덮쳤지만, 미국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압도적인 수치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 피해로부터 미국을 구하기 위해 ‘미국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이라는 이름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국민 통합과 코로나19 극복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안은 채 대통령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해법이 미국을 위기에서 구출해낼 수 있을지 여부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가 남긴 상처…미국 단합 이뤄낼까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폭탄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트럼프 탄핵’ 문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미국 상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하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지지자들의 의회의사당 습격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내란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탄핵’이라는 블랙홀을 풀지 못하고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7422만표를 얻었다.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8128만표를 획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706만표를 더 얻었을 뿐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국민 통합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설정했다. 이번 취임식의 주제도 ‘단합된 미국(America United)’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역사적인 취임 연설에서도 ‘단합’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19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사는) 나라를 전진시키고, 단합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일을 완수하겠다는 메시지”도 취임사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 내정자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사에서) 지난 4년간의 분열과 증오를 뒤로 하고, 국가를 위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이 국민 통합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극우·보수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막강한 데다 인종차별 문제 등 국민 통합을 가로막는 지뢰밭들이 산적하기 때문이다.
미국구조계획 의회 통과할까…바이든 ‘첫 시험대’
바이든 당선인 앞에 놓인 또 다른 숙제는 코로나19 극복이다. 이는 단순한 숙제가 아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아야 하고, 코로나19로 인해 파괴된 미국 경제를 되살려야 하는 이중·삼중 과제다.
특히 미국의 코로나19 피해 상황은 처참하다. 현재 확진자 수는 2391만명을 넘어 2400만명을 향하고 있고, 사망자 수 역시 39만7400명을 넘어 4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1조9000억 달러(2097조원) 규모의 긴급 경기부양안을 지난 14일 의회에 제안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 부양안에 ‘미국 구조 계획’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안이 바이든 당선인이 요청한 내용들을 그대로 담아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화당은 대규모 경기부양안이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에게 경기부양안의 의회 통과는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경기부양안 외에 마스크 착용 확대 등 다른 코로나19 대책 마련에도 주력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의욕적으로 제시한 미국 구조 계획은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는 취임 100일 전까지 1억회 분의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봄까지 대부분의 학교를 개학시키는 것이 목표다. 보건당국이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동안 미국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것도 목표로 설정됐다.
1조9000억 달러 중 1조 달러(1100조원)는 직접적인 구제에 활용한다. 여기에는 거의 모든 미국인들에게 1인당 1400달러(154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의회를 통과한 600달러(66만원) 긴급 지원을 합쳐 모두 2000달러(220만원)를 미국인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또 실업 급여와 세입자들에 대한 집세 지원, 식품·어린이 보호·전기·수도 등의 지원책도 담겼다.
4400억 달러(487조원)는 소상공인 지원과 필수노동자를 위한 재원으로 쓰인다. 4000억 달러(약 442조원)는 백신 접종 확대와 코로나19 검사, 학교 개학을 위해 활용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 시간당 연방 최저임금을 15달러(1만 6580원)로 올리는 입법을 추진할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긴급 부양안엔 포함시키지 않았다.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현재 7.25달러(8012원)인 점을 감안하면, 바이든 당선인은 두 배 이상의 연방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다만, 미국 각 주는 다른 최저임금을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계획이 의회의 경기부양안 처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코로나19와의 전쟁’은 경기부양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이후 국방물자생산법을 활용해 민간 업체를 활용해 백신 접종에 필요한 주사기와 바늘·유리병을 포함해 각종 장비의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방 소속 건물이나 기차·비행기를 통해 주(州)를 넘나드는 여행 등에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방침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