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오늘 ‘운명의 날’…준법감시위 변수 될까

입력 2021-01-18 06:21 수정 2021-01-18 09:5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약 4년에 걸친 재판 끝에 18일 파기환송심 선고를 받는다.

파기환송심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실제 양형으로 반영될지에 따라 실형과 집행유예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이날 오후 312호 중법정에서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 기소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총 298억원의 뇌물을 건네고 213억원을 건네기로 약속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전체 뇌물액 가운데 최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 72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원 등 총 89억원을 유죄(뇌물 공여)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액수 중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36억원만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형량도 대폭 낮아져 이 부회장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에서 무죄로 본 정씨의 말 구입비 34억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원 등 50억여원을 유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는 모두 86억여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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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에 관한 판단은 사실상 대법원에서 이미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어 파기환송심에서는 이 부회장의 양형, 즉 형벌의 정도를 두고 특검과 변호인단의 공방이 벌어졌다.

유죄로 인정된 액수가 파기환송 전 1심보다 적고 2심보다 많아 1심의 실형(징역 5년)과 2심의 집행유예(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하는 등 중형을 요구한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파기환송심 재판 중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와 대국민 사과 등의 노력을 들어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부터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됐다면 이 법정에 앉아 있는 피고인들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 최씨도 이 사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 측에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체제 폐해 시정 ▲혁신기업으로의 변화 등 세 가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이후 삼성그룹은 준법·윤리 경영을 위한 독립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했고, 재판부는 운영 평가를 위해 ‘전문심리위원’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실효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결국 이 부회장의 운명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에 대한 재판부 판단과 이를 어느 정도 양형에 반영할지에 달려 있다.

파기환송심 선고에 불복할 경우 재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다시 받을 수 있지만 이미 한 차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거친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