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고성능 컴퓨터 수백 대를 동원하는 암호화폐 채굴장을 국가 전력난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이란의 전기료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를 노린 중국, 러시아 등지의 전문 채굴꾼들이 이란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란 정부가 암호화폐 채굴장을 대대적으로 규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의 무스타파 라자비 마시하디 전기산업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IRNA 국영통신에 “불법 암호화폐 채굴장들이 국가 전력망에 부담을 줬다”면서 “이로 인해 최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알리 바에지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부가 불법 가상화폐 채굴장의 실태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란의 국영 전력회사 타나비르는 에너지 과소비가 심하다는 이유로 중국계 이란인이 운영하는 대형 암호화폐 채굴장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저 수준의 전기료 정책이 채굴장 난립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한국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알리 베이크베르디는 “전기료가 싸고 물가도 낮은 이란은 암호화폐 채굴장을 운영하기에 최적의 입지”라고 WP에 설명했다.
비트코인과 같은 분산형 암호 화폐를 채굴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수학 연산을 풀어야 한다. 고성능 컴퓨터 수백대가 암호화폐 채굴장에 동원돼 매년 수천만 kWh의 전력을 사용하는 이유다. WP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이나 러시아 등지의 채굴꾼들이 대규모 채굴장을 만들기 위해 이란 현지인들과 손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이란의 가정용 전기료는 1kWh당 약 0.004달러(약 4원)로 한국(약 116원)의 29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베이크베르디는 “전기료가 저렴하고 국토가 넓은 나라들이 비트코인 채굴에 최적의 장소”라면서 “한국은 전기료가 비싸서 수익성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