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보유국 위상 과시…체제 결속, 대미협상력 동시 노림수

입력 2021-01-15 13:13


북한이 지난 14일 개최한 제8차 당대회 기념 ‘야간 열병식’을 이튿날인 15일 공개하면서 대미 협상력 강화와 내부 체제결속이란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는 20일 예정된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6일 앞둔 시점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전술무기를 대거 공개했을뿐 아니라 ‘핵무장력’ 등의 표현을 강조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노동당 총비서에 오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 실패’를 인정한 대신 핵 능력 등 국방력을 강조함으로써 체제 성과를 대내외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이 14일 저녁 수도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첨단무기들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우리 군대의 위력을 확증해줬다”며 “그 이름만 들어도 적대세력들이 전율하는 당의 믿음직한 핵무장력인 전략군 종대에 관중들은 환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통신이 공개한 열병식 사진에는 지난해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기념일에 등장한 SLBM ‘북극성-4ㅅ’보다 탄두부가 커진 것으로 보이는 신형 SLBM이 ‘북극성-5ㅅ’이란 표기와 함께 공개됐다. 통신은 “세계를 압도하는 군사기술적 강세를 확고히 틀어쥔 혁명강군의 위력을 힘있게 과시하며 수중전략탄도탄 세계 최강의 병기”라고 밝혔다. 수중전략탄도탄은 SLBM의 북한식 표현이다. 열병식에는 초대형 방사포와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단거리 미사일 개량형 등 전술무기들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행보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봤다. 정창욱 한국국방연구포럼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대미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점을 노리고 있었다”며 “미국 정세가 최근 굉장히 불안하다는 판단 하에 지금이 타이밍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핵보유국으로서 위상을 강화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책임있는 핵강국이고 다양한 핵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핵군축 협상을 전개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대내적으로는 체제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읽힌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당대회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실패를 인정했다. 때문에 국방력 강화의 성과를 열병식에서 제시하면서 ‘경제 실패’에 따른 내부 불만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해 ‘국방력 강화’를 명시하기도 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의 국방력 강화 메시지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체제 성과를 강화하는 내부결속용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