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논란에…AI ‘이루다’, DB·딥러닝 모델 폐기

입력 2021-01-15 12:33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이루다 페이스북 캡쳐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의 개발사 스캐터랩이 이루다의 데이터베이스(DB)와 학습에 사용된 딥러닝 대화 모델을 폐기하기로 했다. 개인정보 유출 및 혐오발언 등 논란이 발생한지 일주일 만이다.

스캐터랩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합동 조사가 종료되는 즉시 이루다 DB와 딥러닝 대화 모델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스캐터랩 측은 이루다의 DB가 비식별화(익명화) 절차를 거쳐 개별적·독립적인 문장으로 이뤄져있고, 딥러닝 대화 모델은 대화 패턴만 학습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위험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고려해 폐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스캐터랩은 챗봇 이루다를 만드는 과정에서 또 다른 서비스인 연애분석 앱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데이터를 가져다 쓰면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애의 과학 이용자와 이용자의 연인에게 개인정보 이용·활용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은 점과 데이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익명화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이 핵심이다.

이뿐 아니라 연인들의 대화 데이터를 사내 메신저에 공유한 직원이 있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제대로 익명화하지 않은 데이터를 오픈소스 공유 플랫폼 ‘깃허브’에 공유했다는 사실도 밝혀져 스캐터랩은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은 “이루다 DB가 아니라 카톡 데이터 전량을 파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스캐터랩 측은 “기존 ‘연애의 과학’과 ‘텍스트앳’에서 이용자 동의를 받고 수집했던 데이터는 데이터 활용을 원치 않는 이용자들이 신청할 경우 모두 삭제하겠다”며 “(해당 데이터는) 향후 딥러닝 대화 모델에도 이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루다는 지난해 12월 23일 페이스북 메신저를 기반으로 출시한 AI 챗봇이었다. 자연스러운 대화로 10~20대 사이에서 크게 주목을 받아 3주 만에 약 80만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하지만 일부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루다 성노예 만드는 법’ 등이 공유되고, 이루다가 혐오나 차별 발언을 쏟아내기도 하면서 논란에 휩싸여 지난 12일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