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하든(32)의 마음속에 남은 것은 이제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자리뿐이다. 지난 시즌까지 올스타 연속 8회, 득점왕 연속 3회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NBA 최고의 슈팅가드지만 아직 한 번도 챔피언 자리에 올라본 적이 없다. 시즌 시작 전에도 트레이드를 요구했던 하든은 휴스턴이 시즌 최강자 LA 레이커스에 대패하자 지난 8년 동안 붙잡고 있었던 팀을 완전히 놓아버리곤 브루클린 네츠로 떠났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14일(한국시간) “휴스턴이 하든을 브루클린으로 보내기로 했다”며 “하든은 이날 팀 훈련에 불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하든의 브루클린 이적은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까지 포함된 4각 트레이드다. 휴스턴은 하든을 내준 대가로 빅터 올라디포, 단테 엑섬, 로디언스 쿠러츠를 받고 1라운드 지명권 4장(브루클린의 2022·2024·2026년, 밀워키 벅스 2022년)과 비보호 1라운드 스왑권 4장(2021·2023·2025·2027년)을 받는다.
하든은 캠프 시작 전부터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해왔다. 지난 2012년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시절 캐빈 듀란트와 함께 NBA 파이널을 밟았던 기억 때문인지 브루클린행을 원했다. 그에겐 듀란트와 함께 콘퍼런스 우승을 이끌었지만 파이널에서 르브론 제임스의 마이애미 히트에게 1승 4패를 내주며 챔피언 자리를 아쉽게 내준 기억이 있었다. 듀란트는 하든의 트레이드가 발표된 직후 NBA 파이널을 같이 뛰었던 하든과의 기억에 대해 “재미있었다”고 간결하게 말했다.
시즌 전 이적에 실패한 하든은 지난 13일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팀에 대한 실망을 드러냈다. 휴스턴이 ‘디펜딩 챔피언’ 레이커스와의 홈경기에서 2경기 연속 17점 차 이상의 완패를 당한 직후다. 휴스턴에서는 챔피언에 절대 오를 수 없다는 그의 생각이 공고해졌다. 그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지금 상황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고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8시즌 동안 함께한 팀에 작별인사 고했다. 같은 팀 선수들과의 불화설을 증명하듯 이번 시즌 합류한 존 월은 공식 인터뷰에서 “아직 9경기밖에 안 했다. 9경기 만에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인 건가? 아직 경기가 너무 많이 남아 있다”며 하든의 태도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하든에 대한 특별 대우도 휴스턴에서 더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구단을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그의 손을 들어줬던 대릴 모리 단장과 마이크 댄토니 감독이 이번 시즌 동시 퇴진했기 때문이다. 앞서 하든은 지난 2016년 케빈 멕헤일 감독과 드와이트 하워드와의 불화 때문에 감독의 해고와 하워드의 트레이드를 요구할 정도로 선수 개인으로서는 지나친 특권을 가지고 있었다. 모리 단장이 하든을 중심으로 팀을 최적화시키면서였다. 하든이 멕헤일 감독은 경질됐고 하워드의 트레이드도 고려대상으로 오르는 상황을 달갑게 보지 않는 여론이 많았다.
브루클린도 트레이드가 다급한 상황이었다. 케빈 듀란트와 카이리 어빙 투톱 체제로 운용되던 팀에 어빙이 구체적 사유 없이 팀을 이탈하면서다. 어빙은 “개인적 이유”라고만 팀에 밝혔고 복귀 시점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브루클린은 당장 우승을 목표로 팀의 미래를 내준 모양새가 됐다. 1라운드 드래프트 4장은 팀의 미래를 위한 씨앗이기 때문이다. 현재 브루클린을 대표하는 케빈 듀란트와 카이리 어빙 모두 1라운드 지명자 출신이다. 카이리 어빙-케빈 듀란트-제임스 하든 트로이카 체제가 ‘디펜딩 챔피언’을 꺾고 챔피언 자리를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