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해 국고를 손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국정원장 3명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징역 3년,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징역 3년6개월과 자격정지 2년을 각각 선고 받았다. 공범으로 기소된 이헌수 전 기조실장은 징역 2년6개월을 받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피고인들이 소극적으로 응했고 계획적으로 유용할 부정적인 목적은 없었다. 이전 정부도 같은 관행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며 국고손실을 이들의 적극적 범행으로 판단하진 않았다. 다만 “국회 의결로 결정된 국정원 예산을 은밀히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은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남 전 원장과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재임 시절 각기 6억원, 8억원, 21억원 등 총 35억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받고 전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남 전 원장 등의 국고손실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국정원장을 국고손실 범행의 주체인 회계관계직원법상 ‘회계관계직원’으로 볼 수 없다며 남 전 원장에게는 국고손실이 아닌 횡령죄를,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인 이헌수 전 실장과의 국고손실 공범 혐의를 적용해 형을 감경했다.
대법원은 2019년 11월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새로 제시하면서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남 전 원장 등은 모두 국고손실의 주범이라는 판단이었다. 항소심이 무죄 선고한 일부 뇌물 혐의 등의 판단도 뒤집혔다.
이날 남 전 원장은 항소심에 비해 형이 6개월 줄었다. 앞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가 확정돼 복역 중인 사정 등이 감안됐다. 반면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대법원에서 항소심과 달리 일부 뇌물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6개월과 1년의 형기가 각각 추가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