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뛰는데 45만개 출하금지…살처분 저항 농장 ‘고사작전’

입력 2021-01-14 16:59

계란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방역 당국이 45만개에 이르는 계란 출하를 제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정란을 생산하는 경기 화성 향남읍의 산안마을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해당 농장은 인근 산란계 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주민들이 일방적 살처분 조치에 반발하자 생계 수단인 계란 출하를 막고 있다(국민일보 2021년 1월 1일자 23면 보도).

살처분 종용에 이은 계란 출하 금지
지난달 23일 산안마을에서 1.8㎞ 떨어진 산란계 농장이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발생 농장 3㎞ 이내 위치한 농장은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신안마을은 이 조치가 부당하다며 살처분을 거부했다. 당국은 1~3차 계도기간 이후 살처분하겠다는 엄포를 놓았고 이 와중에 계란도 출하하지 못하게 했다. 닭 3만7000마리가 낳는 유정란이 매일 2만2000개씩 쌓여간다. 14일 산안마을 관계자는 “45만개 정도를 출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AI에 걸렸다면 감당해야 하지만 해당 농장은 지난 36년간 한 번도 AI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 지난달 실시한 860마리 검사 결과도 음성이다. 일반적으로 계사 당 5마리만 검사하는 것에 비해 이례적으로 많이 검사했는데도 정상이었다. 지금도 매일 5마리씩 검사하지만 양성 판정은 없다. 산란계를 좋은 환경에 풀어 키우며 가족처럼 생활하는 동물복지축산농장이란 점도 살처분을 꺼리게 만든다.

계란 못 팔면 생계수단도 막막
계란은 최대 45일까지 보관 가능해 조만간 다 폐기해야 할 판이다. 공동체주의와 무소유를 기치로 내건 이 마을의 유일한 생계유지수단이 사라지는 것이다. 더구나 계란값이 뛰는 시점에서 당국의 조치가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계란 한판 소매 가격은 6248원으로 지난달(5571원)에 비해 12.1%나 뛰었다.


산안마을 관계자는 “살처분 안하면 보상도 없다고 회유하지만 죽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 고위 관계자는 “향후 방역을 철저히 한 농장에 대해 예외를 고려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그 시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