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원순 성추행 인정…“피해자 고통받은 건 사실”

입력 2021-01-14 13:21 수정 2021-01-14 16:13
연합뉴스

법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아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14일 동료 직원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시장 비서설 직원 A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언급했다. A씨는 오랫동안 박 전 시장의 의전 업무를 담당했으며, B씨는 지난해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인물이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주장한 6개월간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대해 자신이 아닌 박 전 시장의 성추행에 따른 상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A씨의 항변을 수용하지 않았으나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이로 인한 B씨의 피해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단의 근거로 B씨의 병원 상담·진료 내용을 들었다.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그의 성추행 의혹을 직접 규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의 진술, 관련 기록을 토대로 간접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다. B씨는 지난해 중순부터 병원 상담을 받으며 “박 전 시장으로부터 음란한 문자와 사진을 받았다” 등의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PTSD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피고인에 대한 배신감, 자신에게 발생한 사건에 대한 억울함, 타인에게서 피해받을 것 같은 불안감 등에서 온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보인다”며 박 전 시장을 PTSD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박 전 시장은 지난해 7월 B씨로부터 강제추행 등 혐의로 고소됐으나 이튿날 실종된 뒤 북악산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5개월여 동안 조사했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