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PTSD 박원순 탓” 주장 前 서울시 직원, 징역 3년6개월

입력 2021-01-14 12:27
동료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사진은 피해자 측을 대리한 김재련 변호사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함께 일한 동료를 성폭행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남성은 피해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과 언론의 2차 가해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14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장 비서실 전 직원 A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법정에서 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4·15 총선 전날 회식 후 만취한 피해자 B씨를 호텔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A씨의 범행으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라 검찰은 A씨를 준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B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인물이기도 하다.

A씨는 재판에서 B씨의 신체 일부를 만진 사실은 있지만 강간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B씨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이후 이어진 언론 보도에 따른 2차 가해 때문이므로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강간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주장한다”며 A씨 주장을 배척했다. 피해자의 신체와 의류 등에서 A씨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은 것을 두고는 “피해자는 사건 직후 30분 동안 샤워를 했고, 유전자 감정 의뢰가 사건 며칠 이후 이뤄졌다”며 “강간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은 박 전 시장과 언론보도’라는 취지의 A씨 주장도 기각했다. 피해자 B씨는 정신과 치료를 시작한 지난해 5월 초 피고인의 범행에 따른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호소했고,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된 진술은 5월 중순부터 나왔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 진술을 시작한 5월 15일 이전 보고서에 오랫동안 신뢰했던 피고인에게서 피해를 입은 배신감과 수치감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돼 있다”며 “직접적 원인은 피고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B씨를 대리한 김재련 변호사는 선고 직후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고소했지만, 사망으로 법적 호소의 기회를 잃었는데 재판부가 일정 부분 판단해주신 게 피해자에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