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을 중심으로 내린 기습 폭설로 퇴근길 시민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특히 제설 작업 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도로에 상당 시간 갇혀 있었다는 경험담이 곳곳에서 공유됐다. 안일했던 서울시 대처는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자치구 중 한 곳 성북구만은 느긋했다.
급경사 고갯길이 많아 눈만 오면 차량이 뒤엉켰던 교통 블랙홀 성북구는 어떻게 폭설 대란을 피할 수 있었을까. 비결은 도로에 설치한 친환경 열선에 있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지난 1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성북구가 구릉지, 오르막내리막 비탈길, 이런 언덕들이 많다 보니까 강설, 폭설 시에는 굉장히 위험요인이 좀 많다”며 “여러 생각 끝에 저희 공무원들하고 같이 만든 게 열선 구축이었다”고 설치 배경을 밝혔다.
이어 “지난 2016년부터 (설치) 했는데 취임하고 주민들이 이걸 요청을 많이 하셨다”며 “3년여 동안 저희가 17개소, 5.8㎞ 정도의 친환경 스마트 열선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성북구가 설치한 친환경 도로 열선 시스템은 도로 표면 온도가 영상 3도 아래로 떨어지면 열선이 가동돼 눈을 녹이는 시설이다. 열선은 도로 밑 약 7㎝ 정도에 깔려 있다. 열선 설치 비용은 100m당 약 90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 구청장은 운영비에 대해선 “전기요금과 운영비, 유지관리비 등으로 4개월 동안 월 138만원 정도 소요된다”면서 “동절기 외에는 한전에 휴전 신청을 하기 때문에 낭비 요인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눈이) 거의 쌓이지를 않는다”며 “유튜브에서 보니까 고양이들이 또 (열선) 이쪽으로 와서 막 누워 있는 경우도 많더라”고 열선의 성능을 설명했다.
성북구가 설치한 열선은 지난 6일 갑작스럽게 많은 눈이 내렸던 상황에서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이날만을 기다린 성북구’ ‘성북구는 고개가 많은 곳이라 저런 거 필수인데 잘 설치했다’며 화제가 됐다.
이 구청장은 “열선을 깔고 보니까 성북구 성북동을 비롯해서 정릉천 일대는 일반 차량이 굉장히 (눈으로) 어려움이 많았는데 (열선) 깔고 난 다음에 굉장히 칭찬 글 많이 올라오고 있다”며 “굉장히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란 표현이 맞다”며 “성북구가 절치부심 폭설만을 기다렸지 않느냐는 게시글들도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성북구는 추후 위험 지역 위주로 열선 설치를 늘려갈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주민들의 요청은 엄청나게 쇄도하고 있다”며 “비용 문제도 있고 그래서 특별히 위험지역 우선순위를 심의해서 꼭 필요한 곳만 설치하고 있다”고 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