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정수장 수돗물 유충 유출 사고의 원인은 집중 호우에 따른 취수원 오염과 시설 노후화, 운영관리의 미비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민관 합동 정밀 역학조사반은 13일 최종 결과 발표에서 서귀포시 강정정수장 유충 유출사고의 원인은 내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밝혔다.
취수원에 깔따구가 서식하기 좋은 오염수가 유입된 상황에서 시설이 낡고 전문 인력이 없어 관리 대응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외부 요인과 관련해 조사반은 지난해 6~7월 긴 장마와 9월 태풍 마이삭으로 하천이 범람했고, 범람한 물이 인근 농경지를 거쳐 취수원 상류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유기물을 포함한 비점오염원이 취수원 상류로 유입돼 깔따구 유충 대량 번식 환경이 조성됐다.
내부적 요인으로는 비용 절감 위주의 정수장 운영과 정수 시설의 노후화, 전문 인력 부족을 꼽았다.
부족한 예산으로 정수장을 운영하면서 하부 집수 장치와 역 세척 설비 등 노후한 시설 개선을 제때 하지 못 한 것이다.
전문 관리 인력 부족도 문제 사태를 방관하는 데 한몫했다. 강정 정수장에는 수도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배치하게 된 정수시설운영관리사가 미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수 관리사는 도내 17개 정수장에 총 48명이 필요하지만 28명이 부족한 상태로 드러났다. 강정정수장 이외에도 전문 인력 없이 운영되는 정수장이 다수인 셈이다.
조사반은 이번 원인 규명 결과를 토대로 유충 유출 재발 방지 종합 대책을 제시했다.
단기 방안으로 취수탑 청소, 방충망 설치 등 깔따구 서식 방지를 위한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응집제 자동주입 시스템을 도입해 혼화지의 혼화효율을 개선하고 모래 여과지 보수, 이송펌프 용량 증대를 통한 배출수 처리시설 개선, 적정 여과 속도 유지, 최소 3일 이내 역세척 등도 제시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취수탑 이전, 취수원 재분류(지하수→하천수)를 통한 관리체계 개선, 상수도 관리인력 전문화를 제안했다.
이에따라 제주상하수도본부는 이달부터 강정정수장 운영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수도정비기본계획에 강정정수장 현대화 사업을 반영시켜 사업 추진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앞선 유전자 분석에서 제주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타마긴털깔따구, 깃깔다구, 아기깔따구 등 3종으로 확인됐다. 인천 수돗물에서 발견된 붉은 깔따구와는 다른 종이다.
조사반 관계자는 “제주 확인 종 중 2종은 국내 미기록종으로 최근 작년에서 일본에서 발생했다”며 “관리인력을 전문화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18일 서귀포지역 수돗물에서 유충 유출사고가 발생하자 같은 달 27일 역학조사반을 구성했다. 조사반은 동물학, 생태독성학, 상하수도, 수처리, 곤충학 등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