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흑인 폭동이 진짜 문제…탄핵, 엄청난 분노 야기할 것”

입력 2021-01-13 08:33 수정 2021-01-13 09:18
트럼프, 텍사스주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방문
“내 발언 완전히 적절”…폭력 사태 조장 부인
미국 언론 “트럼프, 어떠한 책임·뉘우침 거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알라모의 미국·멕시코 국경장벽을 방문해 연설을 가진 뒤 청중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민주당이 자신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이 경로(탄핵)를 계속하는 것은 미국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고, 엄청난 분노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6일 의회의사당 난입 사태를 부추겼다는 비판과 관련해선 “사람들은 내가 말했던 것이 완전히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난해 미국 일부 도시에서 과격한 양상으로 전개됐던 흑인 사망 항의 시위를 거론하며 “끔찍했던 폭동이 진짜 문제였다”고 책임을 돌렸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그는 난입 사태와 관련해 어떠한 책임을 지는 것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떠한 뉘우침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와 맞닿아있는 텍사스주 알라모의 미국·멕시코 국경장벽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밀어붙였던 ‘반(反) 이민정책’의 상징 장소인 국경장벽을 찾은 것은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탄핵 등 자신을 겨냥한 공격에 반격을 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당 난입 시위에 대한 책임론을 부인했다. 대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진짜 문제였다”고 주장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사람들은 지난여름 폭동과 관련해 고위 정치인들, (시위가 격화됐던) 포틀랜드와 시애틀에서 일어났던 끔찍했던 폭동이 진짜 문제였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고위 정치인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등을 포함한 민주당 인사들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자신의 대통령직 직무 박탈을 시도하는 데 대해서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정헌법 25조는 나에게 아무런 위협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대통령 직무박탈을 규정한 수정헌법 25조)은 바이든과 바이든 행정부를 따라 다닐 것”이라며 “말이 씨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움직임에 대해 비난과 경고를 던졌다. 그는 “탄핵 사기는 가장 크고 가장 악랄한 마녀사냥의 연속”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것(탄핵 추진)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분노와 분열, 고통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특히 지금과 같은 시기의 미국에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평화와 평온함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