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떡볶이에 아이스크림까지…150만 채식인구 잡아라

입력 2021-01-12 16:54 수정 2021-01-12 16:55
풀무원의 비건 라면 '자연은 맛있다 정면'. 풀무원 제공

국내에 생소하기만 했던 채식주의 식품들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대체육뿐 아니라 라면, 떡볶이에 이어 과자와 아이스크림까지 비건(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 인증을 받고, 판매채널 역시 다양해지면서 채식이 일상생활 속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12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채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채식연합이 조사한 국내 채식인구는 2018년 기준 약 150만명으로 주류시장은 아니지만, 10년 사이 채식인구가 10배가량 증가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를 통칭)를 중심으로 가치소비가 확산되고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선택적 채식을 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 역시 관련 업계가 채식 시장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나뚜루 비건 아이스크림. 롯데제과 제공

채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인지도 역시 높아지면서 두터운 소비층을 형성한 제품도 나왔다. 풀무원의 비건 라면 ‘자연은 맛있다 정면’은 굳이 채식을 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도 호평을 받으면서 출시 4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200만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CU가 2019년 출시했던 ‘채식주의 도시락’은 당시 출시 2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30만개를 기록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채식주의자들의 지속적인 재출시 요청에 따라 지난해 12월 1년 만에 다시 출시됐다.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 입맛에도 부담이 없다면 비건 식품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채식 시장이 일상생활로 자리 잡자 채식주의 식품의 종류도 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동원F&B와 롯데푸드가 선보인 식물성 대체육을 비롯해 사조대림에서 출시한 비건 인증 ‘대림선 0.6채담만두’ ‘대림선 0.6순만두’, GS25에서 출시한 비건 떡볶이 등이 있다. 여기에 비건 인증을 받은 과자와 아이스크림까지 등장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5월 나뚜루 비건 아이스크림을 선보였고, 삼양식품이 1986년부터 판매해온 ‘사또밥’은 지난해 12월 비건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롯데마트 잠실점에 오픈한 비건 식당 '제로 비건'. 롯데마트 제공

대형마트엔 채식을 위한 별도의 공간까지 마련됐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 채식주의존을 21개 매장에 마련한 이후 꾸준히 개수를 늘려 현재는 28개까지 늘어났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잠실점 식당가에 비건 식당 ‘제로비건’을 오픈했다. 제로비건에서는 채식 해장국, 새송이 강정 등 비건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 식당가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메뉴의 식당을 운영하지만 채식 인구가 급증하고 시장에 비건 상품이 다수 출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비건 식당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국내 채식 시장의 규모와 인지도가 꾸준히 성장하자 농심은 2017년 시작한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의 사업을 올해부터는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8개 제품으로 구성돼 있는 베지가든의 제품군을 다음 달 중 9개 추가해 총 27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