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최대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등을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으로 노동자 사망 사고를 낸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양형위는 107차 전체회의를 열고 산안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 설정 범위와 형량 범위를 확대한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으로 구속력은 없다.
양형위는 우선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기본적으로 징역 1년~2년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6개월~1년6개월에 비해 1년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가중영역은 징역 10개월~3년6개월에서 징역 2년~5년으로 올렸다.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를 특별가중인자로 지정하고 2개 이상 해당하면 최대 7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다수범과 5년 내 재범에 대해서는 최대 10년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의무위반 치사’로만 설정돼 있던 양형기준 범위도 확대했다. 도급인이 산업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현장실습생이 사망한 경우에도 양형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양형위는 ‘상당 금액 공탁’을 감경인자에서 제외했다. 이는 사후적 처리보다 산업 재해 예방에 중점을 두도록 하기 위함이다. 자수나 내부 고발 등을 통해 범행의 전모를 밝히는데 기여한 경우는 특별감경인자로 설정했다.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경우’와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 등 2개의 특별감경인자는 ‘사고 경위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로 단일화했다. 이번에 마련된 양형기준안은 국가기관과 연구기관, 연구단체 등의 의견 조회와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3월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