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넘어가면서 잦아든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국내 생산설에 다시 불이 붙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이 12일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한미약품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과 DNA백신 위수탁 생산이 가능한 시설 기반의 다양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권 사장은 백신 생산, 진단키트·치료제 개발 등을 언급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는 미생물을 배양해 단백질을 추출한다. 짧은 기간 안에 바이오 의약품을 대량 생산 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이 미생물 배양 방식으로 생산돼 한미약품의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가능성이 점쳐졌다. 현재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의 론자도 미생물 배양 방식으로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백신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공급량은 부족하다”며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유전자 백신을 대량생산 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했다.
다만 모더나와의 계약 여부에 대해서는 “계약 관련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지난해 시작된 한미약품과 모더나의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이 mRNA 백신을 생산하려면 일부 추가 설비가 필요한데 해당 설비의 향후 활용 가능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RNA 백신 사용 선례가 없는 만큼 코로나19 이후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모더나 백신의 국내 제약사 위탁생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난 11월”이라며 “양사가 접점을 찾는데 시간이 제법 걸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미약품과 함께 충전·포장 공정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던 GC녹십자도 감감무소식이다. GC녹십자는 3월부터 감염병 혁신 연합(CEPI)의 코로나19 생산기지로 활용돼 백신을 충전·포장할 예정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백신 CMO 계약 협상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충전·포장 CMO가 가능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이 있다. 양사 모두 생산 계획이 확정돼 추가 가동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백신 쪽은 생각할 여력이 없다”며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위탁 생산이 주목받는 것은 백신의 국내 공급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장 먼저 공급 계약을 체결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 중이다. 국내 생산한 백신을 국내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도입 가능성이 점쳐지는 노바백스의 백신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개발생산 중이다. 노바백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임상 3상 진행 중이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