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비스포크 디자인을 도입한 정수기 신제품을 공개하며 본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필수 가전으로 떠오른 정수기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비대면 일상이 이어지는 만큼 매니저 방문이 필요한 렌탈 사업에는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12일 미디어 대상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CES 2021’ 혁신상을 수상한 ‘비스포크 정수기’를 공개했다. 비스포크 정수기는 싱크대 아래 본체를 설치하는 언더싱크 타입의 직수형 정수기다. 외관 사이즈가 작아져 공간 효율성을 높였고 셀프 케어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고 삼성전자 측은 밝혔다.
비스포크 정수기는 기본 정수 기능은 물론 소비자들이 원하는 온수·냉수 기능 모듈 등을 선택해 구입하고, 이후에도 필요한 모듈을 추가해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냉장고에 냉수 기능이 있는 소비자는 정수 모듈만 구입해 사용하고, 추후 냉·온수 기능이 필요할 때 냉수나 온수 기능의 모듈만 사서 추가하면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정수·냉수·냉온수 업그레이드 가능 정수기’ 판매에 대한 임시허가를 받았다.
정수기의 물이 나오는 부분인 ‘파우셋’은 주방 환경을 고려해 나눠 설치할 수 있다. 메인 파우셋은 어린 자녀가 쉽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손이 닿기 쉬운 곳에 설치하고, 서브 파우셋은 싱크대 근처에 설치해 대량의 물을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설치가 가능하다. 파우셋은 120도로 회전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비스포크 정수기는 4단계 필터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정수량은 최대 2500리터에 달해 4인 가족이 필터 교체 없이 12개월(하루 6.8ℓ 사용 기준) 동안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 미국 위생 안전기관인 NSF로부터 총 65개 항목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
비스포크 정수기에는 매니저 방문이 필요 없는 ‘오토 스마트 케어 솔루션’을 적용했다. 부식에 강한 스테인리스 직수관을 적용했고, 3일에 한 번씩 자동으로 살균하는 기능도 도입했다. 또 4시간 이상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내부 관에 고여있던 물을 자동으로 배출해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정수기 렌탈 사업에도 나서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비스포크 정수기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됐다. 물 사용량 데이터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필터 사용량이 95%에 도달하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필터 교체 알람을 보내준다. 필터 교체도 사용자가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신제품은 자주 쓰는 출수량을 설정해두거나 10㎖ 단위로 조절할 수 있다. 음성 명령을 통해 원하는 용량의 정수를 받을 수 있다. 조리법에 따라 음식을 만들거나 분유를 제조할 때 용이할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제품은 올 1분기 내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제품을 내놓은 것은 정수기가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으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절반의 가구가 정수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약 3조 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품기획 김선영 프로는 “최근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귀 기울였다”며 “비스포크 정수기는 밀레니얼 세대와 언택트 시대를 겨냥해 소비자의 상황과 취향에 세세하게 맞춰주는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