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안에 “내란선동” 적시… 2024년 재출마도 봉쇄

입력 2021-01-12 10:07 수정 2021-01-12 17:00
미국 민주당, 4쪽 탄핵소추안에 내란선동 혐의 기재
트럼프, 의사당 습격 직전 “우리가 이겼다” 허위주장
트럼프 “격렬하게 싸우지 않으면 나라 갖지 못할 것”
탄핵소추안 “트럼프, 미국 공직맡을 자격도 박탈돼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과격 지지자들의 의회의사당 습격 사태가 빚어지기 직전, 백악관 앞 엘립스 공원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는 도중 오른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연설에서 의회 습격을 부추겼다면서 내란선동 혐의를 제기했다. AP뉴시스

미국 민주당 소속의 하원의원들이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결의안을 공식 발의하면서 트럼프 탄핵 절차가 본궤도에 올랐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사유로 내란선동 혐의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과격 지지자들을 부추겨 의회의사당 난입 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직에서 쫓겨나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미국의 어떠한 공직을 맡을 자격도 박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 대선 출마 가능성도 뿌리째 뽑는 대못질을 시도한 것이다.

민주당 전체 하원의원 222명 중 214명이 트럼프 탄핵안 발의에 서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민주당의 다이애나 디겟 하원의원은 일부 공화당 하원의원들도 은밀하게 탄핵안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민주당은 4쪽짜리 탄핵소추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내란선동 혐의를 자세히 기재했다. 탄핵소추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의회 난입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백악관 바로 앞 엘립스 공원에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연설 내용을 가장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우리가 대선에서 이겼다”면서 “대승을 거뒀다”고 허위주장을 하면서 시위대의 폭력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 “격렬하게 싸우지 않으면, 여러분은 더 이상 나라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내란선동 혐의에 포함됐다.

트럼프 연설에 자극을 받은 군중이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법적으로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방해하기 위해 의회에 불법침입해 기물을 파괴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렀다고 탄핵소추안은 지적했다. 또 군중들은 의회 경찰 등 법집행 당국자들에 부상을 가하고, 살해했다고 강조했다. 시위대가 당시 의사당에 있던 펜스 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위협을 가한 것도 탄핵소추안에 포함됐다.

탄핵소추안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만들었다”면서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방해하면서 민주주의 시스템에 위협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탄핵소추안은 이어 “이런 행위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 자리에 있을 경우 국가안보와 민주주의, (미국) 헌법에 여전히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면서 “트럼프는 탄핵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쫓겨나야 하며, 명예롭고 신뢰가 있으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미국의 어떠한 공직을 맡거나 향유할 자격도 박탈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안이 미국 상·하원을 통과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대통령직을 포함해 어떠한 미국 정부의 공직도 맡을 길이 막히는 것이다.

미국 하원은 13일 트럼프 탄핵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계획이다. 곧 집권당이 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탄핵안은 가결될 것이 확실하다. 다만, 상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