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가속시킨 은행 ‘디지털 무브’…사라지는 점포들

입력 2021-01-12 07:00 수정 2021-01-12 07:00
시중 은행들이 점포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존 영업점에 대한 수요가 대폭 줄어든 데다, 은행 간 디지털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각 은행 수장들도 신년사 등을 통해 일제히 ‘디지털 체질’ 강화를 생존 전략으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216개의 지점 및 출장소가 문을 은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영업점 수 감축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다음 달까지 전국 영업점 26곳을 추가로 없앨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이달 25일 영업점 20곳을 통폐합하겠다고 예고했다. 2016년 12월 말 1130개였던 국민은행 점포 수는 지난해 말 972개로 줄어든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1일 서울 용산 원효로지점, 서울 종로 함춘회관 출장소, 부산 해운대구 신한PWM해운대센터 등 3개 점포를 폐쇄한다. 하나은행도 올 1∼2월 서울 용산구 이촌동과 강남구 역삼동 소재 영업점을 통폐합해 점포 2개를 줄인다.

우리은행은 1∼2월 중 경기도 분당 정자지점 1곳을 폐쇄한다. 또 3∼6월에 17곳, 7∼12월에 17곳의 영업점을 차례로 폐쇄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35개의 영업점 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실적을 반영, 올 3월 점포 운영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5대 은행의 전국 점포 수는 2019년 말 4640개에서 지난해 말 4424개로 216개나 줄었다. 2018년 38개, 2019년 41개가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도 2019년 말 216개였던 점포 수를 1년 만에 200개로 줄였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수요가 늘어난 반면 점포 방문자는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농협은행의 점포 수가 1121개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972개, 신한은행 859개, 우리은행 821개, 하나은행 651개 순이었다.

은행들은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거래가 갈수록 늘고, 빅테크(Big Tech)의 도전까지 직면하게 되면서 오프라인 점포 축소는 거스를 수 없는 기류가 됐다는 입장이다. 은행 운용에 드는 고정비용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점포 임차·운영비와 인건비다.

시중 은행들은 기존 점포에 대한 운영 효율화 및 특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디지털 영업환경 구축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말 고객이 화상 상담 창구에서 전담 직원과 원격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미래형 혁신 점포 ‘디지택트(디지털+콘택트) 브랜치’를 서울 서소문 지점에 마련했다. KB금융그룹은 한 곳에서 은행, 증권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WM(자산관리) 복합 점포’를 도입해 이를 빠르게 확대해가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증권 비즈니스와 결합한 복합 점포를 개설하려고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거점 점포 한 곳과 인근 영업점 4~8개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영업점 간 협업체계 ‘밸류 그룹(VG)’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