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종 개시 3주 만에 이미 국민 5명 중 1명에게 백신을 맞혔고 3월 말까지는 국민 대부분에 대한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기준 전 국민의 20.81%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지난달 20일 일반 국민에 대한 접종을 개시한 지 3주 만이다.
이는 백신 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국가인 미국(2.02%)이나 영국(1.94%)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접종률로 세계 2위를 기록 중인 아랍에미리트(10.99%)도 이스라엘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같은 속도를 유지해 3월 말까지 국민 대부분에 백신을 맞힌다는 계획이다.
WSJ는 이스라엘의 핵심 비결을 ‘소규모 백신 배송’에서 찾았다. 화이자 백신은 콜드체인에서 백신을 꺼낸 후 변질되기까지 수명이 짧은 만큼 ‘적은 양으로 많이 반복해서’ 백신 유통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1000회분 단위로 포장된 화이자 백신을 수백회분씩 나눠서 분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전략은 지방·도서 지역 등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 백신을 공급할 때도 유용하게 쓰였다.
또 코로나19 확진자나 기타 환자들이 이용하는 의원·병원에서 다소 떨어진 대형 스포츠 경기장 등에 백신접종센터를 설치해 접종을 원활하게 진행했다는 점도 언급됐다. 오로지 백신 접종만을 위해 특정 장소를 지정해 운영했기에 속도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백신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유대교 초정통파 집단과 아랍계 등에 먼저 손을 내밀어 적극적으로 접종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총 인구의 33%를 차지하기 때문에 접종 거부에 나설 경우 실질적인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백신을 접종받아 면역력을 얻은 국민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공식 발급하는 ‘백신 여권’을 받게 된다. 백신 여권을 소지한 사람은 해외여행 등을 한 뒤 입국해도 자가격리 의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대형 행사장과 경기장, 레스토랑 등 일부 밀집 장소에 출입할 때에도 백신 여권이 요구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