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설치 미술 작가에서 회화 작가로 돌아서 도시의 흉터 같은 시대적 풍경을 투사시키는 ‘형상 회화’를 통해 한국의 동시대 미술에서 회화의 복권을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천 출신으로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를 나왔다. 졸업 후 키네틱 아트를 선보이며 설치미술 작가로 주목받았던 작가는 이 장르에 더 매진하기 위해 서울산업대학교(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전자공학과 학사를 다시 땄다.
그런 그였지만 1998년 외환위기 직후 명예퇴직이 속출하던 절망적이던 시대의 정서를 담아내기 위해 다시 회화로 돌아섰다. 설치미술이 대세였던 지라 회화 선택은 모험 같은 행보였다. 그의 회화에서는 변두리의 개, 싸구려 모텔 같은 도시 풍경뿐 아니라 바다, 폭포 등 자연 풍광을 그린 것에서도 도시인의 불안과 고독, 소외감이 느껴진다.
독보적인 회화 세계가 인정받아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는 올해의 작가상, 2018년 대구시가 수여하는 이인성미술상을 받았다. 5∼6년 전 소장암이 발병했고, 투병 중에도 작업을 지속하며 2019년 대구미술관에서 이인성미술상 수상 기념전을 가지기도 했다. 2001년부터 성균관대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가르쳤다. 장례식장은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3일.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