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블랙홀’에 격노한 김종인 “콩가루 집안”

입력 2021-01-11 15:14
김종인(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주호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우리 당에서 후보를 내는 것에 집중해야지 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염두에 두느냐”면서 격노했다. 일부 중진 의원이 국민의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모색하는 등 안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논의에 집중하는 것을 겨냥한 말이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지 말고 당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 자력 승리를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비대위회의에서 당 일각에서 제기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을 통한 후보 단일화 주장에 대해 “이건 콩가루 집안”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이 최근 국민의당과의 합당 등을 거론하며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김 위원장은 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이른바 조건부 출마선언과 관련해 “세상에 그런 출마선언이 어디 있느냐”면서 날을 세웠다. 비대위회의 후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 이상 거론할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국민의힘 후보와 안 대표, 여당 후보 간 3자 대결 구도가 성사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국민의힘의 승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우리 당 후보군이 좁혀진 상황이 아닌데 일부 중진 의원이 (국민의당과의 합당 등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격한 반응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뿐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 제1야당의 입지가 축소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당 후보만으로도 이길 수 있는데 당 밖에 있는 안 대표 얘기를 왜 하느냐는 것”이라며 “안 대표와의 합당에 선을 긋고 당내 후보 선출에 집중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선 내년 대선의 전초전 격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채 안 대표와의 단일화 논의에만 매달릴 경우 “당의 미래는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안 대표를 누를 만한 후보를 내거나 키워내지 못하는 데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당 지도부의 역할을 문제 삼는 말도 나온다.

김경택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