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을 단일 정부기관으로 묶어 운영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무산돼 두 기관이 큰 혼선을 겪고 있다.
11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를 어렵게 통과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아특법) 개정안이 지난 8일 마무리된 임시국회 법제사법위·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복합문화시설로 지난 2015년 11월 문을 연 정부조직 국립아시아문화전당(문화전당)과 같은 시기 개원해 콘텐츠 창작·제작을 전담해온 준정부기관 아시아문화원은 당분간 기형적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문화전당에서 아시아문화원의 조직·사업을 흡수 통합해 문화체육부 소속 기관으로 일원화하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문화원 해산을 전제로 한 개정안 무산으로 조직 체계가 혼란에 빠지고 예산 집행이 차질을 빚는 등 후유증이 장기화할 공산도 커졌다.
지난 2015년 개정된 현행 아특법은 문화전당을 2020년 말까지 법인에 일부 위탁하고 이후 평가를 거쳐 2021년 1월 1일부터 전부 위탁 운영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 불발로 문화전당은 당장 올해부터 법인전환과 함께 ‘국비 보조금’ 대신 ‘위탁 사업비’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법적 지원 근거가 사라진 탓이다.
아시아문화원은 정부기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해산 절차를 염두에 두고 실무적 작업을 준비해왔으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게 됐다. 더 나아가 최악의 경우 상당수 계약직은 신분 전환이 여의치 않으면 오갈 데가 없는 신세가 된다.
정부조직인 문화전당은 관리·감독 중인 준정부기관 성격의 아시아문화원에 법인화·전부 위탁을 전제로 한 조직개편 계획 등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이미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고민도 적잖다. 5년간의 실적·성과를 평가해 문화전당 운영을 전부 위탁하는 절차에 어쩔 수 없이 착수했지만 여·야 정치권이 개정안의 2월 이후 국회 통과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나서 진퇴양난이다.
‘직무유기’ 시비를 막기 위해 2021년 시한에 맞춘 법인화 절차에 나섰으나 특별법 개정안이 2월 또는 3월 중 국회에서 통과되면 해당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문화원 정부 기관 전환과 통합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 어정쩡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화전당 법인화를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셈이다. 행정력 낭비와 함께 조직 개편에 혼란만 부추기게 될 개연성이 높아진 것이다.
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는 한 달 안에 문화전당 파견 문체부 공무원들에게 원대 복귀하라는 원칙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이 발의했다가 최근 국회에서 무산된 아특법 개정안은 문화전당 운영의 전부 위탁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문화전당·아시아문화원을 정부 기관으로 일원화해 명문화하는 게 골자다.
기존 개정안 유지에 따른 법인화나 새 개정안 국회 통과와 통합을 가정한 정부 기관 전환에는 모두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 전체 예산은 679억 원 수준이다.
광주지역 문화계는 “개원 직후부터 이원화돼 ‘옥상옥’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 문화전당·아시아문화원 조직은 정부 기관으로 일원화해 합리적 운영을 꾀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체부 문화전당(기구명) 소속 50여 명의 공무원들은 현재 4본부 1연구소 1센터 18개 팀 240여 명의 인력으로 콘텐츠 창작·제작을 전담·공급하는 준정부기관 아시아문화원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비효율적 인력배치와 조직운영이라는 여론이 높다.
광주 문화계 관계자는 “오는 4월 재·보선과 6월로 예정된 국정감사, 내년 3월 9일 대선 등 굵직굵직한 정치일정에 밀려 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좌절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