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바이든 취임식 ‘지뢰’ 줄줄이…‘제2의 폭력사태’ 우려

입력 2021-01-11 13:26 수정 2021-01-11 14:00
미국 민주당 지도부, 의원 안전 방안 논의
트럼프 탄핵 표결 때 의원 겨냥한 폭력 우려
‘100만 민병대’…바이든 취임식도 공포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격한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의회의사당에 난입했을 당시 의사당 내의 상원 회의실 주변이 의회 경찰이 발포한 최루가스 연기로 자욱했던 모습. AP뉴시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의회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한 폭력사태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향후 일정은 지뢰밭 같은 느낌을 준다. 트럼프 탄핵 표결과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식을 겨냥해 과격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폭력 사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미국 민주당의 중진의원들은 9일(현지시간) 의원들의 안전 방안에 대해 논의를 가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곧 집권당이 될 민주당은 미국 하원이 이번 주 실시할 방침인 트럼프 탄핵 표결에 맞춰 폭력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에 대해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은 미국 항공여객보안청·의회 경찰과 협력해 의원들의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NYT는 전했다. 민주당이 항공여객보안청과 머리를 맞댄 이유는 트럼프 탄핵 표결을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의회의사당이 있는 워싱턴으로 올 하원의원들이 과격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항공기내에선 이미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대표적 반(反) 트럼프 인사인 밋 롬니 상원의원은 지역구인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하는 델타항공의 여객기 내에서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기내에서 롬니 의원을 향해 “배신자”, “의원직에서 물러나라”고 여러 차례 소리쳤으며,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항이나 여객기, 의사당에서 민주당이나 ‘반 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이 공격 받을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오는 20일에도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격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식 당일 워싱턴에서 ‘100만 민병대 행진’이라는 집회를 열고, 여기에 집결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애슐리 배빗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공군에서 복무했던 배빗은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폭력을 모의하거나 조장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는 것도 불안감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한 트럼프 지지 사이트에 “1월 20일 트럼프가 두 번째 (대통령) 임기 선거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워싱턴을 완전히 불태우더라도 공산주의자들이 승리하게 만들 순 없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의사당에서 제2의 폭력 사태를 일으키자는 주장도 등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