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물량 1% 건네고 ‘정부 탓’… “입찰제한은 정당”

입력 2021-01-11 10:39

지난해 4·15 총선 무렵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마스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가 약속한 물량의 1%를 공급하는 데 그친 업체의 입찰자격을 제한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업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정부 대책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난 탓이라며 책임을 회피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안종화)는 도매업체 A사가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A사는 중앙선관위와 지난해 3월 4·15총선을 앞두고 선거 과정에 필요한 방진 마스크 41만4200개를 공급하는 내용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이라 ‘천재지변 등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을 때’라는 수의계약 사유에 해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A사는 계약된 물량의 1%에 해당하는 4000개만 공급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4월 6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아울러 계약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6월 11일 국가계약법에 따라 3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통보했다. 계약 보증금 7800여만원은 국고 환수 처분을 내렸다.

A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으로 마스크 가격의 급등, 품귀 현상이 이어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확약했던 당초 마스크 공급처에서 끝내 물품을 받지 못했고, 정부 대책 여파로 다른 경로로 물량을 구하는 데도 실패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계약 미이행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A사가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원인은 미숙한 업무 처리와 안일한 대응 방식에 있었다”며 “계약 이행을 못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마스크 수요·공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요동치는 현상은 불가항력적 변수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단계에서 대비를 했어야 한다”며 “공급업체 이행 능력을 점검하지 않은 채 말만 믿고 확약서만을 요구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