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7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유력한 여야 후보군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나란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일각에서는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 장관은 10일 페이스북에 “TV조선 ‘아내의 맛’ 예고편을 누가 보내줘서 보면서 남편과 한참 웃었다”며 “평상시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적었다. 박 장관 출연분은 12일 방송된다. 박 장관은 남편 이원조 변호사와의 소박한 일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한 주 앞서 같은 방송에 출연한 나경원 전 의원은 화장기 없는 민낯을 공개하는가 하면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딸의 드럼 연주에 맞춰 탬버린을 치는 등 평범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며 기존의 새침한 이미지를 덜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진솔하게 저와 제 가족이 사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했고 다행히 많은 시청자가 공감해주신 것 같다”며 “박 장관은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력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선을 앞둔 2012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잇달아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했다.
6개월 뒤 무소속 후보로 거론되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힐링캠프에 출연하며 화제 몰이를 했다. 앞서 2009년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것이 당시 ‘안철수 신드롬’에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성남시장이던 2017년 부인 김혜경씨와 SBS ‘동상이몽’에 출연해 사생활을 공개했다.
정치인들로서는 예능 출연이 대중적 인지도를 한층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방송 출연에서 소외된 정당이나 후보군에서는 “공정하지 않다”는 반발이 나오곤 한다.
이번 재보선의 경우 선거일 60일 전부터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꾸려지기에 두 주자 모두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니라는 게 방송통신심의위 해석이다. 다만 사실상의 사전 선거운동이자 ‘이미지 정치’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특정 서울시장 후보, 여야 후보들을 초대해 선거 홍보에 활용한 것은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논평에서 “선거일까지 90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편파적인 방송으로 사전 선거운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