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팃포탯’ 전략…대남·대미 모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입력 2021-01-10 18:03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7일 노동당 제8차 대회 3일차 회의에서 사업총화보고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미 및 대남 정책과 관련해 이른바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을 천명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처럼 상대가 자신에게 한 대로 되갚은 맞대응 전략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사흘간 이어진 제8차 노동당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산)보고에서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겠다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남북 관계의 진전 역시 전적으로 남측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한·미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조미(북·미)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미 본토 근처까지 잠항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는 핵잠수함 개발에 나선 사실도 전격 공개했다. 다만 북한은 ‘책임적인 핵보유국’임을 자처하며 선제적 핵무기 사용은 없다고 재차 확언했다.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염두에 둔 의도로 풀이된다.

남북 관계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남북 관계가 2018년 4·27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며 그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김 위원장은 “북남(남북) 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통일이라는 꿈은 더 아득히 멀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관계 악화 이유로 우리 군의 첨단 무기 도입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진행 등을 들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향후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은 “전적으로 남조선(남한) 당국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며 “얼마든지 북남 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 같이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다만 우리 정부의 개별관광 및 보건·의료협력 제안에 대해서는 “비본질적인 문제”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금강산지구를 우리 식의 현대적인 문화관광지로 전변시켜야 한다”며 남측 관광시설 철거에 대한 기존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