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억류 韓선박, 혁명수비대 근거지 바로 앞에 떠있다

입력 2021-01-11 06:37 수정 2021-01-11 06:37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케미호의 위치. H.I 서튼 홈페이지(www.hisutton.com) 캡처

이란에 억류된 한국 국적 화학제품 운반선 한국케미호가 현지의 최대 해군기지 앞에 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성사진으로 파악된 잠정적 정보지만 선박 위치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미국의 국방 전문가 H I 서튼은 지난 8일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www.hisutton.com)에 한국케미호 위치를 공개했다. 서튼은 전 세계 잠수함을 비롯해 수중 특수부대에 관한 저서를 집필한 전문가다. 2015년 초 저서 ‘은밀한 해안(Covert Shores)’을 통해 이란의 ‘파테흐(Fateh·정복자란 뜻으로 600t급 소형 잠수함)급 잠수함’의 실체를 공개한 바 있다.

11일 서튼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국케미호는 애초 알려진 대로 이란 남부 최대 항구 반다르아바스에 있다. 하지만 부두에 정박한 상태가 아니라 닻을 내리고 바다에 떠 있다. 위치상으로 반다르아바스항 남쪽의 섬 ‘케슘’의 해안에 더 가깝다. 케슘섬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주요 근거지로 알려져 있다. 서튼은 “위성을 통해 한국케미호의 잠정적인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배의 위치는 위도 27.03639°N, 경도 56.1701°E”라고 밝혔다.

노란색 원이 H.I 서튼이 파악한 한국케미호의 위치다. 구글 캡처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 오른쪽 원으로 표시된 부분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속정이다. 사진은 나포 당시 CCTV 모습. 연합뉴스

서튼은 이어 센티넬2(유럽연합 지구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의 위성) 사진이 상대적으로 해상도가 낮아 최종적인 식별이 아니라면서도 “반다르아바스 근처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 가운데 이 위치가 가장 잘 들어맞는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케미호의 위치는) 유조선 스테나임페로호가 정박했던 곳에서 멀지 않다”고 덧붙였다. 영국 유조선인 스테나임페로호는 2019년 7월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가 2개월여 만에 풀려난 배다. 당시 혁명수비대가 나포 이유로 든 것도 ‘국제해양법 위반’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4일 오전 10시쯤 걸프해역(페르시아만)에서 디엠쉽핑 소속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는 게 근거다. 한국 정부는 억류된 선박과 선원의 조기 석방을 위해 실무대표단에 이어 최종건 외교부 1차관까지 이란으로 급파했지만 교섭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국적의 화학제품 운반선 한국케미호가 지난 4일(현지시간) 걸프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함정들에 의해 나포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이란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 당국이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 자금 문제를 중점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동시에 선박 억류는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내 은행 2곳에는 미국의 제재로 70억 달러 상당의 이란 원유 수출대금이 동결돼 있다. 이란은 이 돈으로 의약품과 의료장비, 코로나19 백신 등을 사게 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해 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