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된 오브제로서 기성품을 가지고 전시를 했습니다. 유년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손이 가듯 자연스럽게 디스플레이 했는데, 사람들은 자꾸 의미를 물었어요. 사람들은 미술에서 뭔가를 읽으려 하는 경향이 있구나 싶었고, 그게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작품을 가구 전시에 냈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그걸 가구라고 받아들였어요.”
2000년대 초반의 일이다. 그때의 경험은 ‘현대미술은 현학적 제스처를 빼면 별거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말했다. 이후 그는 작품은 공예트렌트페어 등 실용성을 따지는 공예의 세계에서 더 많이 전시됐다. 그런데 그의 작품은 실용성 안에 갇히는 ‘그냥 의자’가 아니다. 색과 색의 배합이 주는 긴장과 리듬감, 색 그 자체 혹은 물감의 흘러내림이 툭 하고 건드리는 마음의 파고를 생각하면 도자로 표현한 추상표현주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도자기 조각’이라고 불리는 그의 작품들은 평론가 이건수씨의 해석대로 심오하다기보다는 자유롭고 천진하고 거침없다. 전시 제목도 ‘만들어지지 않고 태어난’이다.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일상의 스트레스로부터 일순 해방되는 기분을 맛보게 된다.
전시장에는 의자 외에도 테이블, 카우치 등이 있다. 이들 가구의 소재로 흔히 쓰이는 천이나 가죽이 갖는 물성과는 전혀 다른 도자라는 만든 작품들이다. 그 낯선 물성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콘크리트 그 자체로 마감한 의자, 자동차 형광 도료를 칠한 스툴 등을 내놓은 등 고정 관념을 깨려는 작가 정신이 전시의 미덕이다.
그의 작품은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빛의 작가 제임스 터렐,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건축가 노먼 포스터 등이 소장해 화제가 됐다. 2월 28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