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현대중공업 인수·합병(M&A)의 가장 큰 난관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 결과가 14일 나올 예정이다. 5년여 이상 진행된 소송인 만큼 계약 성사 여부를 뒤흔들 가능성은 적지만 성패에 따라 향후 매각 일정이 꼬일 수밖에 없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오는 14일 DICC의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 선고 공판을 연다. 앞서 2015년 DICC의 외부투자자 미래에셋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 등은 ‘DICC가 계획과 달리 상장에 실패해 계약대로 지분 20%에 대한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하려고 했지만, 두산이 인수의향자에 실사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무산됐다’며 주식 매매대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두산이 실사에 충분히 협조했다’고 판단해 두산이 승소했지만 2심에선 외부투자자들이 승소했다.
업계에선 이번 선고 결과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시기나 두산그룹 자구안 마련 속도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만약 두산이 패소하면 DICC 외부투자자들의 지분 20%를 되사야 한다. 지분 가액은 이자 등이 붙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가 8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대신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 중인 두산으로선 주력 계열사를 매각했음에도 효과를 못 본 형국이 된다.
패소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자체를 좌우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과 두산은 이달 말 체결할 본계약에서 소송액을 놓고 두산그룹이 모두 부담할 것인지, 현대중공업도 일부분 부담할 것인지 등을 정할 방침이다. 다만 양측 모두 배임 문제가 불거질 위험성을 안고 계약에 나서기 때문에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승소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외부투자자들이 패소 이후에도 또다시 제3자를 상대로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외부투자자 지분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진 현대중공업과의 매매계약 종결도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차라리 패소해서 피를 보더라도 깔끔하게 외부 투자자 지분을 떼 내고 매각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