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워싱턴DC 의회의사당 점거 사태 와중에 대피 중인 상원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조 바이든 당선인의 인준을 늦추라는 청탁을 했다고 미 CNN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가 시위대가 난입한 의사당을 복구하기는커녕 선거인단 투표 결과 발표를 늦추기 위한 공작을 벌인 것이다.
CNN은 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2시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리 상원의원이 시위대를 피해 대피하던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리 의원 보좌관의 제보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토미 튜버빌 상원의원에게 전화를 건네 달라고 한 뒤 10분간 통화했다. CNN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는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모을 때 반대 의견을 내어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인준을 늦춰달라는 청탁을 했다.
올해 앨라배마 상원의원 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튜버빌 의원은 선거에 문제가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상원의원들이 시위대를 피해 또 다른 대피 장소로 이동하면서 통화는 끝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오후 7시에 리 의원은 비슷한 청탁 전화를 또 받았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었다.
리 의원이 사정상 전화를 받지 못해 줄리아니 전 시장은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튜버빌 의원이시죠?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입니다”라고 소개한 뒤 “오늘 오후 8시에 의회 회의가 다시 소집 예정인데 되도록 내일까지 이를 연기해달라”고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튜버빌 의원의 번호로 오해하고 리 의원에게 전화한 것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가 진압된 당일 오후 의회가 재소집된 뒤에도 상원의원들에게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막아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