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싶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여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해밀초등학교 6학년 졸업생들이 “우리가 등교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교장실 앞에 붙였다.
대자보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한다. 이사, 전학으로 서로 만난 지 2주일, 한 달도 안 된 친구도 있다”며 “졸업하기까지 3주 남은 것도 모자란데 (졸업식까지) 3일 등교는 너무 속상하다. 교장 선생님! 저희를 한번 믿고 매일 등교를 허락해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저희는 최악의 졸업식을 맞이하고 싶지 않으며 방역수칙, 마스크, 손소독을 철저히 지키겠다”라며 “저희 6학년 선생님과 만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꼭 부탁드립니다”라고 부탁했다. 세종시 해밀초등학교는 지난해 9월1일 개교한 학교로 6학년 학생은 총 64명으로 신설학교 특성상 모두 전학생이다.
당시 대자보 작성에 참여한 김채린 학생은 “학생 수가 많지 않아 매일 등교하면서 선생님과 친구와 공부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며 “그런데 일주일에 하루만 올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채린 학생은 이어 “친구들과 조금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대자보를 적어 교장 선생님께 전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학생들의 이같은 요구에 학교는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지키며 위반하지 않는 방법을 고심한 끝에 거리유지, 인원 제한 등 수칙을 지켜 대면 수업 횟수를 늘렸다. 또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친구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졸업식도 강당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졸업식 전날 6학년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적어준 알림장도 눈길을 끌었다. SNS 등을 통해 알려진 해밀초등학교 6학년들에게 전달된 마지막 알림장엔 5가지 항목이 담겼다.
SNS와 지역신문인 세종의 소리 등에 따르면 졸업생들에게 전달된 마지막 알림장엔 ▲아프지 말고 늘 건강하기 특히 마음이 건강하기 ▲포기하지 않기(부모님과 선생님은 너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유혹이 찾아와도 제자리에만 돌아와 주렴) ▲남과 비교하지 않기(남과 비교하면 남의 인생을 부러워하다 나를 잃어버리지 말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부모님 마음 너무 아프게 하지 않기(나중에 분명히 후회해. 언제나 진정으로 내 편인 사람은 부모님인 것을 기억해) ▲나 자신을 사랑하기(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스스로 소홀히 하지 말기를... 나 자신을 보듬어주고 나 자신을 가장 아끼는 너희가 되길) 등이 담겼다.
유우석 해밀초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이 갑자기 큰 종이를 들고 교장실로 들어와 처음에는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했다”며 “교장실로 들어온 아이들이 대자보에 적힌 내용을 읽은 후 교장실 앞에 붙이면 안 되냐고 물어 허락했고, 선생님들과 상의한 후 등교 수업은 조금 늘리고 졸업식은 모두 함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5일 진행된 해밀초등학교 첫 졸업식엔 최교진 세종시교육감도 참석했다. 이날 최 교육감은 마스크를 쓴 채 졸업생 모두와 주먹 악수를 하며 축하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