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노환으로 숨진 국내 최장수 백두산 호랑이 ‘두만’이의 사체가 소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연히 소각 처리 돼야 할 ‘두만’이 사체가 그대로 있는 것은 병원 측의 단순한 착오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 백두대간수목원은 8일 소각 처리된 줄 알고 있었던 ‘두만’이 사체가 경북대 수의대 부속 동물병원 냉동창고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목원 측은 지난 달 20일 ‘두만’이 숨지자 사체를 경북대 수의대 부속 동물병원에 보내 부검 및 소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가축질병 병성감정 실시요청 제9조 1항에 따른 조치였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 제25조는 병성감정을 실시한 뒤 남은 시료는 소각 또는 매몰하거나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틀 뒤인 23일 수목원 측은 동물병원으로부터 ‘두만’이 사체에 대한 소각완료 통보를 받았다.
사체가 소각된 줄로만 알았던 수목원 측은 지난 7일 ‘두만’이 사체의 소각 처리 비용과 관련한 정보 공개 청구를 접수 받고 병원 측에 소각 여부를 재확인 하는 과정에서 병원 직원의 실수로 사체가 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사체에 대한 부검을 완료한 뒤 23일 소각하기로 결정했지만 수거 업체에 연락을 해야 할 담당 직원이 깜빡하고 연락을 못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23일 소각 처리 돼야 했던 ‘두만’이 사체는 냉동창고에 무려 20일 가까이 보관돼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전적으로 저희들의 실수”라며 “오는 13일 백두대간수목원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두만’의 사체는 수거와 소각이 함께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또 “부검 결과, ‘두만’이의 사인은 노화와 패혈성 쇼크로 인한 만성신부전으로 밝혀졌고 부검 및 사체 처리 비용은 71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두만’이는 지난 달 20일 낮 12시6분쯤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에서 생을 마감했다.
수컷 백두산 호랑이 ‘두만’이는 지난 2005년 11월 중국 호림원에서 국립수목원(경기도 포천)으로 도입됐다가 지난 2017년 1월에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거처를 옮겨 호랑이 숲에서 생활해 왔다.
2001년생인 ‘두만’이는 당시 20세로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던 백두산 호랑이 중 최장수 백두산 호랑이였다.
지난해 5월 앞다리가 불편한 듯 보여 검진한 결과, 노령으로 인한 사지의 퇴행성 관절염 및 양쪽 앞다리의 내형성 발톱으로 보행에 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특별 관리를 받아왔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백두산 호랑이의 수명은 야생에서 약 13∼15년, 사육 환경에서 약 17∼2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두만’이 죽음으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한청’이(암컷·16살)와 ‘우리’(수컷·10살) 등 4마리의 백두산 호랑이가 남게 됐다.
봉화=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