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몰린 트럼프 결국 ‘백기’… 검찰 수사 받을수도

입력 2021-01-08 15:45

사상 초유의 의사당 폭동 사태는 미국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민주당 지도부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임기를 열흘 남짓 남겨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축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 충성파로 분류됐던 행정부 관리들마저 이번 사태에 경악하며 줄줄이 짐을 싸고 있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정권을 이양하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2개월 만에 패배를 완전히 인정한 것이다. 다만 그가 퇴임하더라도 이번 폭동 사태는 물론, 재임 기간 불거졌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피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 영상 메시지에서 “새 행정부는 오는 20일 출범할 것”이라며 “순조롭고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이 실망한 건 알지만 우리의 놀라운 여정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당 폭동 사태가 “극악무도한 공격”이었다며 “나는 모든 미국인들과 함께 분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는 그의 트위터 계정에 내려졌던 차단 조치가 해제된 직후 나왔다. 트위터 측은 폭동 사태 발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3개를 삭제하고 12시간 차단 조치를 내렸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상에서 굳은 표정으로 절제된 어조로 연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시위대에 해산을 촉구하는 영상 메시지에서조차 “우리는 압승을 거뒀지만 도둑맞았다”며 선동적인 언어를 사용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 사태 이후 의회 차원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축출하라고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위험하고 선동적인 행위를 저지름에 따라 직무를 즉각 박탈할 필요가 생겼다”고 밝혔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축출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부는 물론 백악관 인사들마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망을 느끼고 줄줄이 등을 돌리고 있다. 내각에서는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과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에서는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스테퍼니 그리셤 영부인 비서실장, 라이언 털리 국가안보회의 선임국장 등이 사임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까지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축출이 현실화될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통령의 부재에 따른 국정 공백과 안보 불안 우려가 높은 데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이미 정권 이양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될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직 박탈 여부를 표결할 장관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기류가 있다고 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순조롭게 퇴임해도 폭동 사태에 대한 법적 책임은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클 셔윈 워싱턴 연방검찰 검사장 대행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고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 자라면 누구든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탄핵안에 적시됐던 사법 방해 및 직권 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퇴임 후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수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 전 본인을 사면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할지 여부를 측근들과 논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는 “미국 역사상 대통령 권한을 가장 기이하고 전례 없는 방식으로 행사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