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 안한 부모 상속권 박탈…구하라법 입법예고

입력 2021-01-07 17:39
가수 고 구하라씨. 사진공동취재단

부모가 자녀 양육 의무를 저버리거나 학대를 했을 경우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이른바 ‘구하라법’이 입법 예고됐다.

법무부는 7일 이런 내용의 민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서는 민법에 상속권상실제도를 신설한다. 상속인이 될 부모가 피상속인(자녀)에 대해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 또는 중대한 범죄행위나 학대,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해당된다.

만약 사망한 자녀가 유언을 통해 상속권상실 의사를 표시한 경우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상속권상실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법정상속인도 소송을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상실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가정법원은 학대나 양육의무 위반 등 상속권상실 사유의 경위 및 정도, 부모와 자녀의 관계, 재산 규모 및 형성과정 등을 따지게 된다.

법무부는 “가정법원을 통해 상속인 및 이해관계인의 입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하고 피상속인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만약 상속권상실 사유가 있더라도 자녀가 유언 등을 통해 용서한 경우에는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없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안은 법 시행 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사망한 시점)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앞서 가수 고(故) 구하라씨 오빠 구호인씨는 “어린 아이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하라의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른바 ‘구하라법’ 제정 청원을 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다만 법이 통과돼도 구씨 사건에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호인씨는 지난 5월 “법이 만들어져도 저희 가족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런 비극이 우리 사회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입법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광주가정법원은 지난달 호인씨가 친모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 소송에서 호인씨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호인씨와 A씨가 상속재산을 6대 4로 분할하라는 내용이었다. 현행 민법상 하라씨가 남긴 재산은 부모가 별다른 제약 없이 절반씩 상속을 받을 수 있다. 호인씨 측 법률 대리인은 “법원은 한부모가 자식을 홀로 양육한 사정에 대해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주류 판례였다”며 “기존보다는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