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00억대 자사주 취득, 시세조종 의혹” 檢, SK네트웍스 추가 압색·회장 소환

입력 2021-01-07 17:04 수정 2021-01-07 17:22
2018년 3월 9일 신임 대한펜싱협회장으로 선출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모습. 대한펜싱협회 제공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살펴온 검찰이 자사주 취득을 통한 시세조종 범행을 의심하고 최근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SK네트웍스가 지난해 단행한 1000억원가량의 자사주 취득이 최 회장의 불법적 이득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검찰은 SK네트웍스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 3일 만에 최 회장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전준철)는 지난 4일 SK네트웍스 본사에 수사인력을 보내 SK네트웍스의 지난해 자사주 취득과 관련한 이사회 결정 및 회계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SK네트웍스가 지난해 3~6월 자사주 221만여주를 1134억여원에 취득한 것이 인위적 주가 상승, 경영진의 부당한 시세차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은 지난해 10월 최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국외재산도피 의혹을 겨냥해 SKC, SK텔레시스 등을 동시 압수수색한 지 3개월 만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3월 5일부터 6월 4일까지 SK증권과 메리츠증권을 통해 자사 보통주 220만주, 우선주 1만5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지난해 3월 4일 SK네트웍스 이사회가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 취득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었다. SK네트웍스가 자사주 취득 결정을 공개한 뒤 주가는 상승했다. 종가 기준 지난해 3월 2일 4370원이던 SK네트웍스의 주가는 지난해 4월 27일 5680원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현재까지 최고가로 남아 있다.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은 이 주가 상승이 결국 최 회장의 이익을 위한 인위적인 주가 방어라는 혐의를 포착한 결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최 회장의 차명 보유 지분까지도 이미 확인한 상황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SK네트웍스의 설명처럼 단순히 ‘주가 안정’을 목적으로 한 상장회사의 자사주 취득이었다면 시세조종 혐의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될 수 없다는 얘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 대해 “대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회사에 비싸게 판 개념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취득은 가장·통정매매, 종가관여 주문 등처럼 시세조종 범행의 한 수단으로도 종종 사용돼 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검찰의 수사를 셀트리온의 2011년 자사주 취득 사건 수사에 비견하기도 한다. 셀트리온은 2011년 5월 크게 하락했다가 경영진의 자사주 취득 이후 7월까지 급등했고, 금융 당국이 서정진 회장을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서 회장에게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다만 자사주 취득 이후의 주가 상승을 모두 범죄로 보긴 어렵다는 설명도 있다. SK네트웍스의 자사주 취득 배경, 매입 이후 처분해 차익을 실현했는지 여부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기소했지만 “독자적인 경영상 판단에 따라 행해진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라고 법원이 판단한 사례도 있다. 내부 이사회 결의와 관련 보고서의 제출 등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요건과 절차를 준수했는지도 향후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최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업계에서는 “새해 첫 근무일의 압수수색도 충격적이었지만, 압수수색 3일 만의 소환 조사도 이례적이다”는 말이 나왔다. 주가조작 의혹으로까지 수사 전선이 확대된 이번 사건은 ‘이성윤표 1호 대기업 수사’로 꼽혔다. 애초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자료 이첩에서 시작된 최 회장의 횡령, 국외재산도피 등 의혹도 상당 부분 수사가 진척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르면 이달 중 최 회장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