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마약 총책 ‘바티칸 킹덤’과 황하나의 연결고리

입력 2021-01-07 16:22 수정 2021-03-11 18:43
집행유예 기간 중 또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규모 마약 공급책인 ‘바티칸 킹덤’의 구속 소식에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3)씨가 함께 언급되고 있다. 황씨가 집행유예 기간 중 함께 마약을 투약했던 지인이 바티칸 킹덤 조직의 일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황씨와 바티칸 킹덤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쏟아내고 있다.

바티칸 킹덤은 마약 판매가 이뤄졌던 텔레그램에서 A씨(26)가 사용하던 아이디다. A씨는 필리핀 유명 마약상인 B씨(41)로부터 마약류를 공급받아 국내에 유통했다. B씨는 2016년 10월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용의자로 현지에 수감됐으나 2019년 10월 탈옥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B씨가 국제 택배를 통해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하면 A씨를 포함한 유통·공급 관련자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국내 총책이었던 A씨는 판매 총책·중간 판매책·소매책과 같은 하부 조직을 만들고 판매망을 구축해나갔다. 이들은 지난해 4월 12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필로폰 640g, 엑스터시 6364정, 케타민 3560g, LSD 39장, 합성 대마 280㎖, 대마 90g 등 총 49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유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망을 피하고자 가상화폐 등을 사용해 거래했으며 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이용했다.

텔레그램 채널 마약 판매 조직도. 연합뉴스, 경남경찰청 제공

경찰은 텔레그램 내에서 마약류 판매 광고를 확인해 일부 판매책을 검거한 뒤 CCTV 분석 등을 통해 관계자를 차례로 추적했다. 또 이들 조직을 통해 마약류를 구입하고 투약한 62명을 검거했으며, 판매 및 매수 사실이 확인된 6명에 대해서도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이 사건에서 황씨의 이름이 언급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경찰 먼저 검거해 조사를 진행한 조직 관계자 중 황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보이는 지인이 포함된 것이다. 7일 MBC 보도에 따르면 황씨의 지인 C씨는 최근 마약 관련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중태에 빠져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숨진 채 발견된 황씨의 연인과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황씨와 C씨가 수시로 투약했던 마약이 ‘바티칸 킹덤’ A씨와 ‘마약왕 전세계’ B씨의 손을 거쳐 넘어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황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해 약 1시간 동안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모자와 마스크, 목도리로 얼굴을 다 가린 채 등장한 그는 ‘바티칸 킹덤을 만난 적 있느냐’ 등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요”라는 짤막한 답변만 남긴 채 호송차에 올라 이동했다. 황씨는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근 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구속 여부는 같은 날 저녁이나 밤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황씨는 2015년 5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서울 강남 등지에서 필로폰을 3차례 투약하고 1차례 필로폰을 매수해 지인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또 전 남자친구인 가수 박유천씨와 공모해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필로폰 1.5g을 매수하고 7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2019년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었다. 최근에는 절도 혐의로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인 물건에 손을 대 인터넷을 통해 판매했다는 의혹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