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올해 경제 회복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4월 보궐선거 등 정치 일정 때문에 경제 입법이 정치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호소했다.
박 회장은 7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평상시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단의 부양조치들이 있었고, 이들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가져올 충격을 중장기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누적되고 있는 민간 부채, 자산시장 불균형은 우리뿐만 아니라 주요국 모두가 당면한 문제”라며 “이들의 조정 과정 속에서 기업 경영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는 일은 없도록 관리하는 등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출구 전략’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한국 경제의 역동성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최근 더욱 빨라진 글로벌 산업 변화 속에서 우리만 감당 못 할 수준까지 뒤처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국회에서도 여러 사정은 있겠지만, 산업 신진대사를 높일 수 있는 법안 처리에 올 한해 전향적인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특히, 새해에는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정치 일정들이 많다”면서 “정치와 경제 이슈를 명확히 구분해서 접근해야, 경제 입법 과정들이 정치 일정에 매몰되지 않게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1962년 이래 처음으로 화상행사로 진행됐다. 약 600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했으며,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정세균 국무총리, 박 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 4명만 현장에 참석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기업이 일하기 편한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기업인 여러분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혁파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 회장 후임으로는 최태원 SK 회장이 추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상공회의소는 다음 달 초 회장단 회의를 열고 박 회장의 후임으로 차기 회장 후보를 추대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최근 재계 원로 등과 논의 끝에 복수의 후보군 가운데 최 회장을 차기 회장의 적임자로 낙점하고, 회장단 회의에서 단독 추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