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고요한 나성범… ‘1초 전 확정’ 류현진과 다르다

입력 2021-01-07 15:21
NC 다이노스 3번 타자 나성범이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두산 베어스를 5대 0으로 잡은 2020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7회말 2사 1·2루 때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나성범(32·NC 다이노스)에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허락된 시간은 이제 사흘이다. 오는 10일 오전 7시(한국시간)가 되면 나성범의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협상은 종료된다. 마감을 1분도 남기지 않고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긴박한 협상 과정을 감안해도 소문은커녕 비관적인 전망조차 나오지 않는 나성범의 행선지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나성범은 올봄 빅리그 타석을 밟을 수 있을까.

NC 관계자는 7일 “나성범이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소재 ‘보라스 스포츠트레이닝 인스티튜트(BSTI)’에서 훈련하며 협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그의 미국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구단으로 전달된 소식은 없다”고 말했다.

보라스는 세계 최대 프로스포츠 시장을 가진 미국에서도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지녀 ‘슈퍼 에이전트’로 불린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전트이기도 하다. 나성범은 지난해 NC의 창단 첫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견인한 뒤 보라스와 협상 대리 계약을 맺고 지난달 중순 미국으로 떠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30일 나성범의 포스팅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요청했다. 그 이후로 한 달 이상의 기간 동안 나성범에 대한 미국 야구계와 언론의 관심은 예상만큼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지난달 2일 나성범의 포스팅 소식을 전하면서 2019년 부상을 단점으로 지목한 미국 언론들의 평가, 같은 달 17일 그를 ‘5툴 플레이어(힘·정확도·수비·주력·송구에 능한 야수)’로 소개한 보라스의 발언 정도를 제외하면 주목할 언급도 없었다.

협상 마감을 앞둔 이번 주에도 유력한 행선지나 연결된 구단에 대한 미국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김하성(26)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입단을 계기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또 다른 한국 선수를 다루는 수준에서 양현종(33·KIA 타이거즈)과 함께 거론된 정도로만 언급됐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협상은 때때로 마감 직전에 성사되기도 한다. 2013년 LA 다저스로 이적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마감을 20초 남기고 몸값을 확정해 팩스로 서류 전송을 완료한 류현진의 일화가 유명하다. 류현진은 2012년 12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팩스 서류가 1초를 남기고 도착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류현진의 에이전트는 보라스였다.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 투수 아리하라 고헤이(29)도 지난달 27일 오전 7시 협상 마감 직전에 텍사스 레인저스 입단을 확정했다. 하지만 류현진이나 아리하라 모두 행선지의 윤곽이 드러난 상황에서 계약서에 서명하는 과정만 긴박했다. 나성범과는 상황이 달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