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코로나 기원 조사팀, 중국에 발도 못디뎠다

입력 2021-01-07 14:42 수정 2021-01-07 14:46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지난해 12월 31일 관람객들이 '우한 팔러 컨벤션 센터'에 들어선 코로나19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철저한 방역을 극찬하며 코로나19 1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발원지를 놓고 공방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조사차 중국에 입국하려던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들의 발이 묶였다. 입국이 지연되는 상황에 친중 성향으로 비판받아온 WHO조차 발끈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다국적 전문가로 구성된 WHO 국제조사팀은 애초 전날 중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현지에서 수집한 바이러스 샘플과 감염자 인터뷰 등을 토대로 코로나19의 기원을 추적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중국 땅을 밟지도 못했다. 중국 당국이 비자 발급 문제를 들어 입국을 늦추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전 세계 189만여명의 목숨을 앓아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중국에 우호적이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조차 조사팀의 중국 입국 지연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AP 연합뉴스

그는 전날 화상 브리핑에서 “오늘 우리는 중국 관리들이 전문가팀의 중국 도착에 필요한 허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팀원 두 명이 이미 (중국으로) 여행을 시작했고, 다른 팀원들은 마지막 순간에 여행할 수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뉴스에 매우 실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당국은 입국 지연이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애초 WHO와 합의한 방문 날짜에 착오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애초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화난수산시장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호주 등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코로나19의 발원지인 만큼 팬데믹 사태의 책임을 지라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은 우한은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된 곳일 뿐 기원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나아가 바이러스가 연어 같은 수입 냉동식품을 통해 중국에 유입됐다고 맞선다. 백신 접종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정작 바이러스의 기원 규명은 요원한 상황이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 AP 연합뉴스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백신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 의료진으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이 백신은 중국 국유회사 시노팜(중국의약그룹)이 개발한 제품이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결국 국제보건의 중심 역할을 해온 WHO가 객관적인 국제조사를 바탕으로 발원지 미스터리를 풀어야만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WHO는 앞서 두 차례 중국 현지 조사를 진행하고도 아직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각국이 내는 지원금과 주요 열강의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모습까지 보여줘 신뢰성에도 금이 간 상태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