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지난해에만 464건의 아동 학대가 확인됐다. 매해 600건에서 1000건 이상의 아동 학대 신고가 접수되고 이중 60%가 실제 아동 학대로 판정되고 있지만 제주지역은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이 없고, 피해 아동을 긴급히 분리할 공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제2의 정인이 사태 예방을 위해 제주지역 아동 학대 대응 시스템을 세심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제주에서는 매해 300~600건 이상의 아동 학대가 벌어지고 있다. 도내 아동 학대 판정 건수는 2018년 335건 2019년 647건 2020년 464건으로 최소 하루 1~2건의 아동 학대가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학대 판정 건수는 신고 건수의 60%로, 매년 절반 이상이 실제 아동 학대로 확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최근 제주에선 다섯 살 의붓 아들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30대 계모가 징역 11년을 선고 받았다.
피해 아동은 입원 당시 신체 33곳에서 오래된 상처와 멍 자국이 발견되는 등 계모와 함께 살기 시작한 2017년 2월부터 머리 충격으로 사망한 2018년 12월까지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평소 아이의 몸에 상처가 많은 것을 보고 학대를 의심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사망 전까지 2년 간 이어진 학대를 멈추게 하지는 못 했다.
당시 다섯 살 피해 아동의 사연은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에서도 다뤄지며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후에도 도내 아동 학대 대응 시스템은 여전히 촘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가 그간 민간 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행하던 아동 학대 조사 업무를 지자체 소속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이 맡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했지만 제주엔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아직까지 배치되지 않았다. 전담공무원이 없는 지자체는 전국 17개 시도 중 제주가 유일하다.
보호 공간도 부족하다. 쉼터는 학대 사실을 확인했을 때 피해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긴급 분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이다. 도내 쉼터의 수용 가능 인원은 15~20명 수준으로 매해 발생하는 아동 학대 건수에 비해 턱없이 적다.
전문가들은 아동 학대 가해자가 대부분 부모라는 점에서 가정 내 폭력 문제에 제대로 개입하기 위해서는 전담자의 권위를 높이고 경력자를 배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체 학대를 당했을 경우 신속한 의료기관 연결을 위해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아동 학대 조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세심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진다.
제주도 관계자는 “전담 공무원 배치는 올해 10월까지로 유예기간이 남아있다”며 “올 하반기 중 채용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지역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 배치 예정 인원은 13명이다. 정부는 학대 신고 건수 50건당 전담 공무원 1명 배치를 권고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