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7일 전 국민 대상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이 지사가 제안한 ‘정부지원금의 지역화폐 지급안’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에서 굳이 이 방식을 채택해야 할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정 총리가 이 지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건 사실상 처음이다. 정부와 국회에 지역화폐를 통한 전 국민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고 나선 이 지사를 향해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자중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님의 말씀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정 총리가 ‘동아일보’와 가진 신년 인터뷰 기사를 게시하며 “재정건전성보다 민생이 중요하다는 총리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대한민국엔 개발독재 시대의 도그마에 사로잡혀 옛 방식만 고집하는 경제관료들이 없지 않다. 확장 재정으로 가계소득을 지원하는 동시에 이전소득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보편적 재난기본소득의 지역화폐 지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지사님의 애정 어린 조언을 귀담아 듣겠다”며 “지적하신 대로 사상 초유의 재난을 맞아 모든 공직자들은 혹여나 개발연대 인식에 갇힌 건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정 총리는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다.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했다. 이어 “며칠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코로나가 주는 고통의 무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며 “정부는 확장적 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고통에 비례해서 지원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앞에 두고 정책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이번에 지원받지 못한 국민 가운데 고통을 호소하는 분이 많다. 특히 코로나19로 생계 곤경에 처한 저임금 근로소득자에 대한 지원은 급박하다”며 “정부는 이분들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지사가 제안하는 일괄적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책이 아닌 선별 지원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정 총리는 “이번 재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드리웠던 깊은 그늘을 하나씩 걷어나가는 게 유효한 방법이다. 일거에 해결하면 좋겠지만 사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며 “실행하기는 쉽지만 효과가 불분명한 방안보다 실행이 어려워도 효과가 분명한 방안이 있다면 정부는 그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 총리는 아울러 ‘정부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이 지사의 제안에 “정부가 투입한 재정이 효과를 내려면 ‘조기에’ ‘지원이 절실한 분야에’ 소비돼야 한다”며 “이런 효과는 기존의 방식대로 신용카드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지급해도 아무 문제 없이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민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국가 차원에서는 굳이 이 방식을 채택해야 할 이유를 알기 어렵다”며 이 지사의 주장을 사실상 일축했다.
정 총리는 “우리는 원팀”이라며 “지금의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이겨낸다면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힘을 모아 같이 가자”고 덧붙였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