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 신호’ 감지 전자약 개발…이른둥이 출산 막는다

입력 2021-01-07 12:01 수정 2021-01-07 13:13
임신부의 자궁 경부에 삽입해 자궁수축 신호를 감지하고 수축을 억제할 수 있는 도넛 모양의 신경자극기. 고대 안암병원, KIST 제공


이른둥이 출산을 막을 수 있는 전자약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동물실험을 통해 효과가 확인됐으며 향후 인체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될 경우 조산으로 인한 영아 사망과 후유 장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산은 임신 37주 이전에 분만이 이뤄지는 걸 말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안기훈 교수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이수현 박사 연구팀, 안전성평가연구소 황정호 박사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조산을 조기에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도넛 모양의 신경전극 기기, 이른바 ‘비침습형 전자약’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전자약(Electroceutical)은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다. 약물 대신 전기, 빛, 초음파를 이용해 신경회로를 자극하고 대사 기능을 조절함으로써 신체의 항상성을 회복 또는 유지하는 치료법이다.

조산은 국내 전체 임신의 12.7%를 차지한다. 전체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조산으로 인한 이른둥이 발생 비율은 7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이른둥이는 신생아 사망의 절반을 차지한다. 신경학적 장애 같은 합병증으로 발달장애, 호흡기질환 등 영아기 후유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조산은 임신부가 본인 스스로 신체 이상을 감지하거나 정기 초음파 측정, 질내 체액 측정 등 검사를 받아야 알 수 있었지만 조기 진단이 어렵고 자궁 수축 억제약 같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화학적 치료제 외에 다른 치료법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공동 연구가 시작됐다. 흔히 조산은 자연적인 조기 진통, 조기 양막 파열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궁이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연구팀은 도넛 모양의 신경전극을 개발해 임신부의 자궁 경부에 삽입한 후 자궁수축 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조산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게 했다.
또 개발한 신경 전극은 자궁의 수축 신호를 감지한 후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전기 신호를 발생시킬 수 있다. 교감신경의 자극을 받으면 자궁 내 근육이 이완돼 자궁 수축을 억제할 수 있는 전자약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임신한 돼지에 도넛 모양의 신경자극 전자약을 삽입해 자궁 수축 신호를 측정하는 모식도.

연구팀은 이 전자약을 조산 쥐와 돼지 모델에 적용해 진단에서 치료까지 안전성과 기능을 검증했고 자궁 수축 현상을 지연 및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안기훈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자궁수축 억제 약물 개발이 활발히 이뤄져 왔지만 미미한 효과와 부작용 때문에 새로은 기전의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적 필요성이 대두됐다”면서 “이번에 개발한 최초의 자궁 수축 조절 의료기기를 통해 조산으로 인한 영아 사망률 감소와 신경학적 장애 등 합병증 유발 억제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IST 이수현 박사는 “기존 화학적 약물 기반의 치료법이 아닌 전기 자극을 이용해 자궁의 수축을 억제하는 치료기기로써 신개념 의료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의를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IEEE-Transactions on Neural Systems and Rehabilitation Engineering)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