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입성없이 떠난 양정철…文정부 일등공신의 미국행

입력 2021-01-06 17:13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정치권 복귀가 아닌 미국행을 택했다.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양 전 원장의 생각과 ‘측근 정치’를 차단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양 전 원장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야인의 길을 택하면서 이른바 ‘친문 3철’ 중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만이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를 보좌하게 됐다.

양 전 원장의 측근은 6일 “양 전 원장이 미국 연구기관의 초청을 받아 곧 출국한다”며 “총선 직후에 떠나기로 예정됐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미국에서 정책 연구활동에 전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원장은 민주연구원장 시절에도 다양한 해외 연구기관과 정책협약을 맺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꾸준히 거론돼던 양 전 원장의 미국행은 문 대통령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평소 생각을 행동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4월 21대 총선 결과 직후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를 언급하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가야 한다.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다.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 한다”며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생각도 양 전 원장 행보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양 전 원장 대신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임명했다.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실무 인사와 행정 등을 담당하는 자리로,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최측근 인사를 이곳에 기용해왔다. 한 민주당 친문 의원은 “양 전 원장의 비서실장 임명 가능성 등 여러 설이 많았지만 대부분은 주변에서 자가발전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양 전 원장 모두 그의 청와대 입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명한 이유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당초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오랜 정치적 동지인 이호철 전 수석이 임기 말 마지막 비서실장에 적합하다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예상밖으로 유 실장을 선택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전 수석이 청와대 비서실장 제안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결국 유 전 장관이 임명됐다”며 “문 대통령이 측근 정치를 경계하고자 하는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만 양 전 원장이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이어지는 만큼 언제든 다시 정치권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 전 원장은 2017년 대선 승리 직후 ‘공직을 맡지 않겠다’며 백의종군의 뜻을 밝히고 뉴질랜드로 떠났다. 이후 2019년 민주연구원장으로 복귀해 지난해 총선을 지원했다. 한 친문 의원은 “양 전 원장이 중요한 국면에서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고 본다. 정책연구를 위해 떠난 것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