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언급 자제한 김정은…美 의식했나

입력 2021-01-06 14:52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5일 열린 8차 노동당 대회 개회사에서 핵·미사일 관련 언급을 일절 삼가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자극을 우선 자제하겠다는 의도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주석단에 착석하며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다.

6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A4용지 4장 분량의 개회사를 읽어 내려가면서 핵·미사일 관련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5년 전 7차 당 대회 개회사에서 “첫 수소탄 시험과 광명성 4호 발사에 성공했다”며 핵·미사일 개발을 자신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것과 비교하면 대조된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오는 20일 공식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의식해 핵·미사일 관련 발언을 자제했다는 평가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자극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핵·미사일 언급이 미국 측의 비핵화 협상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대를 모았던 대외 메시지도 없었다. 김 위원장은 7차 당 대회 때처럼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산) 보고를 마친 뒤 대외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조국 통일 위업과 대외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고지도자가 ‘대외관계 진전’을 강조한 만큼 도발적이거나 호전적인 내용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말하면서 향후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힐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보건·의료협력 제안을 수락하는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한국을 징검다리 삼아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을 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통일부는 이번 당 대회가 “한반도 평화 및 남북 관계 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 제1부부장은 8차 당 대회 첫날 귀빈석인 ‘주석단’에 앉으며 달라진 위상을 뽐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제1부부장은 흰색 블라우스에 검정색 정장 차림으로 주석단 2열에 착석해 있다. 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점을 감안해 주석단 2열에 배치됐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대남·대미 관계에서 자신을 대신해 맹활약한 김 제1부부장의 당 직책을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격상할 것으로 보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