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마윈이 지배주주로 있는 앤트그룹의 소비자 신용 정보를 강제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은 1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전자결제 앱 ‘알리페이’를 통해 고객의 소비 패턴, 대출 및 상환 이력 등에 관한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반독점을 내세워 앤트그룹을 손보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알리페이를 비롯한 중국산 모바일 앱 8개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규제당국은 앤트그룹이 축적한 방대한 소비자 신용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이를 강제하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민은행이 운영하는 전국 신용정보 시스템에 앤트그룹의 데이터를 입력하도록 하는 방안과 인민은행이 통제하는 신용평가 회사에 앤트그룹의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에 따르면 앤트그룹이 2015년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한 뒤 3년 만에 인민은행도 개인 신용정보회사를 만들었다. 당시 인민은행은 앤트그룹과 텐센트 등에 소비자 정보 공유를 요청했으나 앤트그룹이 거부해 무산됐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이 알리페이를 통해 확보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시중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본다. 또 앤트그룹이 중국인 5억명에게 대출을 알선하고 100여개 상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은행에 전가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중국 국무원 독점금지위원회 자문위원은 “데이터 독점을 어떻게 규제하느냐가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이런 시도는 눈밖에 난 마윈 손보기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데이터를 이용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관행을 규제하려는 미 의회의 노력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됐다.
WSJ은 “미국 의회에서도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회사들이 경쟁사를 몰아내기 위해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사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가 단속 노력을 강화했음에도 거대 기술기업들은 모두 잘못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마윈은 창업 21년만에 최대 위기에 몰렸다. 그는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금융서밋에서 중국 당국의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공개 비판한 뒤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돌연 중단시켰고 반독점과 금융 안정을 내세워 알리바바의 사업 재편을 요구한 상태다. 마윈은 문제의 상하이 행사 이후 두 달 넘게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실종설까지 불거졌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마윈은 아마도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중국 항저우에 있다”며 “실종된 것은 아니며 의도적으로 시선을 끌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텐센트QQ 등 중국산 앱 8개와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행정명령에는 “중국과 연계된 앱이 개인 전자기기에 접근해 민감한 사생활 정보를 광범위하게 장악할 수 있다”며 “중국이 이를 토대로 미국인들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행정명령은 틱톡과 위챗과의 거래를 금지한 지난해 8월 행정명령과 유사하다. 당시 행정명령에 따라 상무부가 취한 조치는 미국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로이터통신은 이번에 나올 상무부 조치도 비슷한 소송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