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알고도 “잘있다”… 홀트 ‘정인아 미안해’ 글 내려

입력 2021-01-06 09:40 수정 2021-01-06 10:06

양부모의 정인양 학대 정황을 발견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비판받고 있는 홀트아동복지회(복지회)가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게시물을 내렸다.

앞서 복지회는 지난 12월 31일과 1월 2일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안내와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참여 글을 올렸다.

하지만 방송 이후 복지회가 양부모의 학대를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고,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글을 내려 달라는 항의가 이어졌다.

이에 복지회는 5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챌린지 취지에 따라 끔찍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엄중 처벌을 받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한 것이었지만 해당 게시물이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의견이 있어 오늘(5일) 오후 7시에 게시물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회는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경찰 수사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 적극 협조했으며 전사적으로 진정서 제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복지회는 “앞으로 더욱 세심한 관리와 주의를 기울여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 선물 등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입양 사후관리 경과’ 자료에 따르면 복지회는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뒤인 지난해 5월 26일 2차 가정방문을 통해 정인양에 대한 학대 정황을 파악했다.

2차 방문 당시 복지회는 정인양의 배와 허벅지 안쪽에 생긴 멍자국을 발견했으며, 3차 방문(7월 2일)에서도 양모가 정인양을 자동차에 30분 동안 방치했던 사실을 확인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인양 사망 직전에는 양모가 복지회의 가정방문을 거부했다. 복지회는 9월 18일 ‘아동의 체중이 1kg나 줄어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가정방문을 하려 했지만 ‘단순한 입병으로 인한 체중 감소’라는 양모의 설명에 방문일자를 10월 15일로 옮겼다. 정인양은 가정방문 예정일을 이틀 앞둔 13일 이대목동병원에서 결국 숨을 거뒀다.

복지부 매뉴얼에 따르면 입양기관이 학대 정황을 발견할 경우 지체 없이 수사기관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이에 반복적으로 학대 신고가 접수됐고 학대 정황을 파악했음에도 복지회가 4개월 동안이나 정인양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