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 확정 앞두고 ‘혼돈의 미국’…트럼프, 거리 시위서 연설한다

입력 2021-01-06 08:43
바이든 당선 확정할 상·하원 합동회의, 6일 열려
트럼프 지지자들, 워싱턴서 대규모 시위 예정
경찰, 폭력사태 우려 경계근무 강화…주방위군도 투입
상·하원 합동회의 주재할 펜스 부통령, 난감한 상황

미국 워싱턴의 주방위군 소속 군인들이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시위를 가진 워싱턴 시내 프리덤 플라자 인근에 모여 서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확정지을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가 6일(현지시간) 열린다.

상·하원 합동회의는 그동안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으로 이번 상·하원 합동회의를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상·하원 합동회의는 각 주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승인하며, 대선 당선인을 확정한다. 미국 대선의 결과를 인증하는 마지막 절차인 것이다. 상·하원 합동회의에서도 바이든 승리를 선언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뒤집기 시도는 물거품이 된다.

긴장감에 휩싸인 워싱턴…트럼프, 시위서 연설 예정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6일 백악관 바로 앞 엘립스 공원에서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시위에 참여해 연설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이후 워싱턴에서 열리는 지지자들의 집회에 직접 참석해 연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리 시위에 직접 참석하는 것은 상·하원 합동회의를 압박하기 의도로 분석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이날 오후 1시에 맞춰 의사당으로 행진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가 열렸던 워싱턴 시내 프리덤 플라자 근처에 모여 있다. AP뉴시스

의사당이 있는 워싱턴은 이미 긴장에 휩싸였다. 상·하원 합동의회를 하루 앞둔 5일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미 워싱턴에 몰려들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폭력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워싱턴 경찰과 비밀경호국(SS)은 워싱턴 시내에서 경계근무를 강화했다. 워싱턴 당국은 국방부에 주방위군 투입을 요청했고, 국방부를 이를 승인했다.

수백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날 백악관 주변 프리덤 플라자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트럼프 지지조직의 리더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을 워싱턴에서 보기를 원한다”면서 지지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사면한 비선 측근 로저 스톤도 시위에 나와 연설했다.

워싱턴 시내에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의무화돼 있지만, 워싱턴 경찰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상황을 감안해 마스크 착용을 단속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WP는 전했다.

마이크 펜스(오른쪽) 미국 부통령이 지난해 11월 24일 백악관에서 열렸던 언론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헌법과 트럼프’ 사이에 낀 펜스 부통령, 헌법 택할까

가낭 난감한 사람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다. 미국 헌법에 따라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펜스 부통령은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한다.

AP통신은 펜스 부통령이 헌법과 트럼프 대통령에 사이에 끼면서 정치적으로 가장 위험한 상황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했다는 선거인단 투표 결과 승인을 늦추거나 뒤집기를 원한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스 부통령과 백악관에서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부통령은 부정하게 뽑힌 선거인단을 거부할 권한이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앞두고 조지아주를 찾았던 4일 “나는 우리의 위대한 부통령이 우리를 위해 해내길 바란다”면서도 “그가 해내지 않으면 나는 그렇게 그를 좋아하지 않을 것”고 말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AP통신은 펜스 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을 인용해 펜스 부통령이 헌법과 법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화당 강경파들, 3개주 투표 결과 이의 제기 계획

마지막 관문이 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는 진통이 예상된다. 공화당 일부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한 애리조나주·펜실베이니아주·조지아주 등 최소 3개주의 대선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의 대선 뒤집기 시도를 주도하고 있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애리조나주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WP가 보도했다.

조시 하울리(미주리) 상원의원은 이미 펜실베이니아주의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조지아주에 대해서도 이의 제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이의가 받아들여질 경우, 애리조나주·펜실베이니아주·조지아주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대선 인증 과정에서 제외된다. 이렇게 되면,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법적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뜻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3개주의 투표 결과가 무효가 되기 위해선 상·하원에서 각각 과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공화당이 분열돼 있어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이의 제기가 상·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