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선박 인질극? 70억 달러 인질로 잡은 건 한국”

입력 2021-01-05 19:58 수정 2021-01-05 21:32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 오른쪽 원으로 표시된 부분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속정이다. 사진은 나포 당시 CCTV 모습. 연합뉴스

한국 국적 화학제품 운반선 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가운데 이란 정부 대변인이 “한국 정부가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를 인질로 잡고 있다”며 반박성 주장을 내놨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날 온라인 기자 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라비에이 대변인은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가 인질극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일축하며 “이란 자금 70억 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런 주장에 익숙하지만, 만약 인질극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 자금 70억 달러를 근거 없는 이유로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학제품 운반선 한국케미호와 관련해 초치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가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도착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날 오전 10시쯤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디엠쉽핑 소속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해당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선사 측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이란 영해를 침범한 사실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이란 정부가 언급한 70억 달러는 한국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으로 추정된다. 이 돈은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한국 내 은행 2곳에 개설된 원화 계좌에 예치됐다. 2018년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고,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며 거래가 중단됐다. 이란 정부는 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왔다.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 디엠쉽핑 홈페이지 캡처

한국 정부는 이날 이란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선박과 선원들을 조속히 석방하도록 요구한 상태다.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도 인근 해역에 도착해 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