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화가’ 김창열(사진) 화백이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해방 되던 1945년 16세에 월남했다. 당대 최고 화가 이쾌대가 운영하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고, 검정고시로 1948년 서울대 미술대학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1957년 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해 활동하며 한국의 앵포르멜 미술을 이끌었다. 1965년부터 4년간 미국 뉴욕에 머물며 록펠러재단 장학금으로 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백남준의 도움으로 1969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7회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가했고 이후 파리에 정착했다. 평생의 브랜드가 된 물방울 그림은 이 무렵 파리 외곽 마구간을 개조한 화실에서 탄생했다. 1972년 파리의 한 전시회에 물방울 회화를 처음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는 1976년 박명자씨가 운영하는 갤러리현대 개인전에서 처음 소개됐다.
평생의 주제가 된 물방울은 한자 및 천자문과 함께 있는 물방울 등 다양하게 변주됐다. 물방울의 의미를 미술평론가 윤진섭씨는 “한국전쟁 때 겪은 처절한 삶의 체험이 응고된 상징적 형태”, 유진상씨는 “탄흔과 상흔이 있던 자리에 생겨난 정화와 순수함의 결정체”라고 해석했다.
국립현대미술관(1993), 중국국가박물관(2005)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60여회 개인전을 가졌다. 파리 퐁피두센터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1996),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2013), 프랑스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2017)를 받았다. 작품 200여점을 기증한 제주도에 2016년 ‘김창열미술관’이 개관했다. 프랑스인 마르틴 질롱 여사와 결혼해 아들 둘을 뒀다. 장남 시몽씨는 고대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차남 오안씨는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례식장은 고대안암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7일.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